재경일보

풍요와 결핍의 공존, 서울역사박물관 ‘X세대 기록’ 시민 기증으로 복원한다

이겨례 기자
풍요와 결핍의 공존, 서울역사박물관 ‘X세대 기록’ 시민 기증으로 복원한다
©연합뉴스

 

서울역사박물관이 1990년대 한국 대중문화와 경제 변동의 중심에 서 있던 X세대의 생활사 자료를 전격 수집한다. 이번 시민 기증 캠페인은 내년에 개최될 기획 전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올해 말까지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박물관은 이를 통해 고도 성장기와 외환위기를 동시에 겪은 세대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도시 서울의 기억을 체계화할 방침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1990년대 트렌드를 주도했던 X세대의 삶과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대규모 시민 기증 캠페인을 전개한다. 수집된 자료는 2027년 예정된 특별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며, 서울의 근현대사를 구성하는 핵심 콘텐츠로 활용될 계획이다. 박물관 측은 개인의 소장품이 공공의 역사적 기록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통해 세대 간 공감을 이끌어내고 도시 역사의 연속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수집 대상은 1990년대 유행을 상징하는 생활문화 전반을 포괄하며 특히 음악과 예술 분야의 자료가 핵심을 이룬다. 카세트테이프와 CD, 당시의 감성을 담은 음악 잡지 및 공연 포스터 등이 주요 수집 품목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디지털 전환기 이전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니며 당시 청년층의 소비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패션과 취미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청바지, 신발, 만화책 및 게임 관련 자료 역시 이번 캠페인의 중점 수집 대상에 포함되었다. X세대는 개성을 중시하며 대중 소비문화의 폭발적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으며 당시의 의복은 신세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였다. 박물관은 이들이 향유했던 구체적인 물품들을 통해 30년 전 서울 청년들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복원하고자 한다.

90년대 기술 발전의 상징인 PC 통신 자료와 초기 전자기기, 그리고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표어 등이 대거 수집 목록에 올랐다. X세대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성장했으나 청년기에 국가적 경제 위기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경제적 양극단을 체험한 세대의 사회적 기록물로서 역사적 무게감이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대중문화계에서 불고 있는 레트로와 뉴트로 열풍은 이번 캠페인을 기획하게 된 주요한 사회적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1990년대 청년문화가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소비되면서 해당 시기에 대한 역사적 정리와 보존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박물관은 단순한 추억 소환을 넘어 세대의 삶을 학술적으로 조명하고 공공의 자산으로 남기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한다.

기증을 희망하는 시민은 서울역사박물관 공식 웹사이트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후 담당자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신청 시에는 자료의 보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을 반드시 첨부해야 하며 박물관의 내부 심의 과정을 거쳐 기증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절차의 간소화를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폭넓은 참여를 유도하며 숨겨진 사료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료 기증자에게는 박물관 차원의 공식적인 예우와 다양한 혜택이 제공되어 기증의 가치를 한층 높인다. 기증자는 박물관으로부터 기념품과 기증서를 수여받으며 박물관 내 설치된 명패 제막식에 초청되는 등 명예로운 대우를 받게 된다. 이는 개인의 사적인 기억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공적 역사로 편입됨을 상징하는 절차적 예우이자 감사의 표시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번 전시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강조하며 기증을 독려했다. 최 관장은 "서울의 역사와 시민의 삶을 보여주는 자료는 개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들이 간직한 소중한 자료가 서울의 역사 기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특정 세대의 생활 용품을 공공 박물관의 사료로 수집하는 것에 대해 보존 가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든 개인적 소장품이 역사적 대표성을 지닐 수는 없기에 엄격한 선별 기준과 객관적인 학술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물관은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수용하여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하고 수집 범위를 정교화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올해 말까지 지속되며 수집된 자료들은 내년도 기획 전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X세대의 기록이 박물관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재해석됨으로써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소통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서울역사박물관은 근현대 생활사 기록을 지속적으로 확충하여 급변하는 도시 서울의 자화상을 정밀하게 기록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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