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지중해 공해상서 가자 구호선단 나포된 한국인 활동가 즉각 석방 촉구

이겨례 기자
지중해 공해상서 가자 구호선단 나포된 한국인 활동가 즉각 석방 촉구
©연합뉴스

 

이스라엘 해군이 지중해 공해상에서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단 '키리아코스 X'호를 나포하고 탑승 중이던 한국인 활동가 김동현 씨를 억류했다. 국내 시민단체는 이번 나포를 국제법을 위반한 불법 납치로 규정하며 우리 정부의 즉각적인 외교적 대응과 활동가의 무사 귀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해군이 지중해 공해상에서 인도적 구호 물품을 싣고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단을 나포함에 따라 한국인 활동가의 신변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행 구호선단에 탑승했던 한국인 활동가 김동현 씨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강제 억류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외 시민사회의 우려가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번 사건은 공해상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주권 침해 및 국제법 위반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금된 활동가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단체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김동현 씨의 신변 보호와 자유로운 귀국을 보장하라고 이스라엘 당국에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 정부가 자국민의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외교적 경로를 동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 측의 설명에 따르면 김동현 씨가 탑승한 구호선단 키리아코스 X호는 키프로스 인근 지중해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강제 점거되었다. 나포 시점은 지난 18일 오후 5시 28분경으로 파악되었으며 당시 선박은 가자지구로의 인도적 지원을 위해 항행 중이었다. 공해상에서의 선박 나포는 국제 해양법상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며 향후 외교적 마찰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추가적인 나포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활동가 김아현 씨와 한국계 미국인 승준 씨가 탑승한 또 다른 구호선 리나 알 나불시호 역시 이스라엘 해군에 의해 나포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선박들은 각각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출항하여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중해를 횡단하고 있었다.

구호선단의 구체적인 항로와 출항 일정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키리아코스 X호는 지난 8일 그리스를 출발했으며 리나 알 나불시호는 이보다 앞선 지난 2일 이탈리아에서 가자지구를 향해 닻을 올렸다. 이들 선박은 국제사회의 감시망 속에서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항해를 지속해 왔으나 이스라엘의 해상 봉쇄망을 넘지 못하고 물리적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번에 나포 위기에 처한 김아현 활동가는 과거에도 유사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에도 가자지구행 선박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체포된 후 풀려난 바 있으며 현재는 여권이 무효화된 상태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반복되는 활동가의 구금과 이스라엘 당국의 강경 대응은 양측 간의 깊은 불신과 갈등의 골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민단체는 이번 항해 운동이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가자지구의 비극을 알리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행동임을 강조했다. KFFP 관계자는 "항해 운동은 국제사회가 2년 넘게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에 침묵하자 세계 시민들이 나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불법 납치된 김 활동가가 조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자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만 이스라엘 측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해상 봉쇄의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 유입되는 물자가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엄격한 해상 통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물리적 행사를 주저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국가 안보와 인도적 지원이라는 두 가치가 지중해상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현재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관련 부처를 통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민이 공해상에서 외국 군대에 의해 억류된 만큼 외교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과 대응 수위가 향후 한-이스라엘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법적 관점에서 공해상 나포의 적절성을 따지는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논쟁이 예상된다.

향후 사태의 향방은 이스라엘 당국의 조사 결과와 우리 정부의 교섭 능력에 달려 있다. 억류된 활동가들의 안전한 귀환이 최우선 과제인 가운데 국제사회의 여론 역시 이스라엘의 강경 조치에 대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인도적 위기가 지속되는 한 민간 차원의 구호 시도와 이를 저지하려는 군사적 조치 간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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