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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에서 앙숙으로 … 갈등 심화되는 애플과 어도비

애플과 어도비사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어도비의 플래시를 쓰지 않는 이유를 이례적으로 애플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갈등이 한층 더 심화되고 있다.

애플과 어도비는 1980년대 절친한 사업 동료였다. 한때 애플이 어도비의 지분을 20%까지 보유하기도 했으며 어도비는 애플의 맥OS용 그래픽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두기업은 함께 발전해왔다. 이러한 관계는 애플의 경영난을 겪던 1996년 어도비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기반 제품을 우선적으로 출시하고 애플에 대한 지원을 등한시 하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틀어졌다. 형제와 같던 사이에서 앙숙으로 바뀌게 된 것.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은 ‘철지부심’ 기회를 엿보다가 아이폰, 아이패드 등 혁신적 모바일 기기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자존심을 회복했고, 최근 뉴욕증시에서 시총 5위안에 등극하는 등 급격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현재 애플은 아이패드, 아이폰, 아이팟터치 등에서 어도비사의 ‘플래시’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겉으로는 기술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플래시 사용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어도비와의 굴곡진 관계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잡스는 애플 홈페이지에 어도비의 플래시 기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애플이 모바일 기기에서 플래시를 쓰지 않는 이유로 ▲어도비사의 독점으로 인한 폐쇄성 ▲모바일기기에서 풀 웹브라우징 지원이 완벽하지 않은 점 ▲신뢰성, 안정성, 성능 보장이 안 되는 점 ▲배터리 소모가 빠른 점 ▲터치 기술에 부적합한 점 등 6가지를 꼽았다. 잡스 CEO는 6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한 이유라면서 “애플은 고객들에게 최상의 기능과 모습의 제품을 제공하고 싶지만, 플래시에서 제작된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들은 애플 기기에서 최상의 성능을 제공해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플래시는 PC시대에 창조된 PC용 제품”이라면서 “플래시는 어도비의 성공적인 제품인 만큼 PC 외 다른 제품에도 적용하고 싶겠지만, 모바일시대에는 맞지 않다”고 플래시를 공격했다. 아울러 “모바일시대에는 낮은 전력 소모, 터치 인터페이스, 오픈 웹 표준 등이 필요한데 이 모든 분야에서 플래시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어도비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애플의 이 같은 대응에 대처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녹치 않다.

어도비의 이 같은 상황은 미국의 한 칼럼리스트 말에도 잘 함축되어있다. wordpress.com 의 한 컬럼리스트는 어도비의 한 직원이 개인 블로그에 “Go screw yourself Apple”(애플 스스로 나가 죽어라)라고 말하며 애플이 경영진이 바뀌기 전까지 애플에 대한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린 데 대해 “Sorry, Adobe, you screwed yourself.”(의역하면 – “미안하지만 어도비 네 무덤을 네가 스스로 팠어”) 라고 조소했다.

물론 PC사용자들의 대부분이 플래시를 사용하는 등 아직까지 어도비가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모바일 시장에서 무시하지 못할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과 계속해서 등을 돌리고 간다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앞으로 모바일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대한 전망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양사의 ‘플래시’를 둘러싼 분쟁은 결국 플래시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인 ‘HTML5’의 안착 여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플래시가 시장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보일 경우 애플의 입장에서도 계속해서 어도비와 등을 돌리며 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시너지시스템의 데이브 울프 부대표는 이에 대해 “애플의 플래시 거부는 고통이 될 수 있다”면서 “HTML5는 장래성 있는 기술이긴 하지만 아직 주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잡스가 틀렸다고 볼 수도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의 선택이 그렇게 틀리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HTML5도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NHN이 모든 기기(애플 제품을 포함한)에서 네이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며 플래시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선언 한데 이어 다음도 HTML5을 도입을 검토하면서 부분적인 테스트에 들어가는 등 기술과 시장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애플과 어도비의 분쟁 끝에 누가 최종적으로 웃게 될지 관심이다. 물론 ‘비즈니스에서 영원한 적은 없다’는 말처럼 양사가 극적으로 손을 다시 잡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