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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이제는 '전진'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39세, 72년생)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움직임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현대백화점이 2015년까지 2조2000억 원을 투자해 6개 점포를 신규 출점하고 2개 기존점을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확장을 선언한 것.

이는 지난 2007년 36세라는 젊은 나이로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던 정지선 회장 체제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 회장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는 아버지 정몽근 명예회장을 닮아 본인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다 '정중동(靜中動)'으로 표현되는 경영 스타일과 어린 CEO라는 꼬리표 때문인지 언론 노출에 더욱 인색했다.

그러나 정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살아 있을 때 20명 손자 중 가장 총애를 받았던 현대가(家)의 인재로, 재계에서도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55년생)보다 17살 젊으며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68년생)보다 4살 아래인 그를 회장으로 내세운 것은 그만한 이유가 아니냐는 추측이다.

정 회장은 경복고와 연세대 사회학과(3학년수료), 하버드대 Special Student 과정을 수료하고 19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하며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이후 2001년 기획실장(이사), 2002년 기획관리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2003년 1월 그룹 총괄부회장을 맡았으며, 2006년 말 정몽근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이후 사실상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사내에서 과묵하면서도 매우 꼼꼼하고 생각이 깊다는 평을 듣는다. 주요회의에서도 다른 임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에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소수의견이라도 타당성이 있으면 흔쾌히 수용하는 합리적인 스타일이다. 매년초 사업소별 업무보고가 끝난 후 임·직원들과 함께 소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소탈한 면을 지니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경청호 부회장 역시 "2003년 정지선 회장 출범 후 보수적이고 단편적인 조직이 상당한 변화와 혁신을 맞았다"며 "고객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과 사내 팀워크 강화·구조조정 등을 통해 실적개선을 바탕으로 지금의 재무구조와 비전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그룹 부회장 취임 직후부터 사원에서 부장까지 각 직급별 대표와 정기 모임을 만들며 새로운 기업문화를 정착시켰다.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급여 인상과 후행복지체계 개선에도 앞장섰다. 또 정 회장은 경영 합리화를 내세워 2003년부터 총 8400억원의 부채를 갚으며 지난해말 기준 부채비율을 45%로 낮춰 40대 그룹중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으로 변모했다. 이에 현대백화점그룹의 재무안정성은 재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대백화점은 '신세계의 이마트, 롯데의 롯데마트·면세점' 등 경쟁사의 국내외 사업 확대에 견줄만한 신성장동력 없이는 유통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우려 속에 정 회장은 "유통이든 비유통이든 수익을 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신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자"고 선언했다. 이에 내실을 다지며 조용하게 준비해왔던 '백화점 사업 확대, 복합쇼핑몰 진출 및 홈쇼핑과의 연계, 종합식품사업 육성' 등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정 회장의 경영은 이제부터 본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동안 내부 다지기에 힘을 기울여왔던 정 회장이 앞으로 펼쳐 보일 공격경영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