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하 ‘김복남’)이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 작품을 연출한 장철수 감독이 새삼 주목을 모으고 있다. 현직 영화감독으로는 보기 힘들게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했다고 해서 화제다.
영화 ‘김복남’을 만들던 내내 장 감독의 뇌리에는 ‘영화 현장은 언제까지 스태프와 배우들의 열정과 희생만으로 버틸 것인가’라는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3.9시간이나 되는 한국영화 스태프들의 평균 연봉은 640만 원에 불과하고, 막내 스태프의 연봉은 남들 한 달 월급도 안 되는 94만 원이다. 대종상을 세 번이나 받은 곽지균 감독이 지난 5월 ‘일이 없어 괴롭고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영화계는 이 사건에 엄청난 충격을 느꼈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데는 모두들 공감했다. 일이 없고 돈벌이가 쉽지 않은 것은 스태프들뿐 아니라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감독과 배우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인 것이다.
영화 ‘김복남’은 최근 한국영화계의 한 페이지를 다시 써가고 있지만 장 감독에게 영화는 여전히 치열한 생존의 장이다. 조감독 생활 등 10년을 준비해 겨우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그와 스태프들은 평단과 대중에게 극찬을 받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보람을 느낄 틈도 없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김복남’을 통해 그들이 받은 돈은 최저생계비에도 턱없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병폐와 악순환의 영화현장을 온 몸으로 겪으며 창업에 뜻을 두게 되었다. 그리고 창업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고자 서울시와 산하 중소벤처기업 육성 지원 전문기관인 SBA(서울산업통상진흥원)가 운영하는 창업교육 프로그램 ‘하이서울창업스쿨’도 수강했다.
영화감독인 만큼 그의 창업아이템 역시 영화. 그의 창업 아이템은 ‘주문자 맞춤형 영화 제작’이다. ‘광고’처럼 제작자의 요청에 따라 영화를 제작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골자다.
“공원이나 유원지 등에 가면 도화지에 앞에 앉은 사람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있죠? 이런 화가들처럼 공원에 타자기를 들고 나가 앞에 앉은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한 페이지짜리 소설을 써주는 외국의 어떤 소설가에 대해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영화도 저렇게 만들어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개월 동안 하이서울창업스쿨을 수강하며 장 감독은 자신의 꿈을 구체화할 방안을 마련했고 성공에 대한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여러 전문가들에게 창업지식을 구하고 상담과 토의를 통해 제 아이템을 검증받은 결과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적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쉬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음 영화를 기다리는 스태프는 없을 것 같아요.”
“창업 아이템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영업비밀”이라며 웃으며 말한 장 감독은 “내가 이 창업 아이템을 통해 성공한 사례를 만들면 많은 영화인의 생계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영화인들이 스스로의 생각과 시야를 넓혀 스스로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새로운 일을 개발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