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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저축은행, 이번엔 유흥업소에 1500억원 부실 대출

[재경일보 조동일 기자] 부실 경영으로 영업정지된 데 이어 1만명이 넘는 고객 명의를 도용해 1천억대의 돈을 불법대출한 혐의로 최근 행장과 전무가 구속된 제일저축은행이 이번에는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 수십 곳에 1천억원대의 불법 대출을 해준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나 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흥업소 업주에게 부실 대출을 남발해 은행에 손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로 제일저축은행 전무 유모(52)씨 등 임직원 8명을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2009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허위로 작성한 담보 서류 등을 기반으로 서울 강남 룸살롱, 나이트클럽 등 73개 유흥주점 업주 등 94명에게 '강남 유흥업소 특화상품'이라는 이름으로 총 1546억원을 부실 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출 담보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금액을 부풀려 대출을 받은 유흥업소 업주 93명과 담보 대출 서류 모집책 윤모(58)씨, 알선 브로커 김모(56)씨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일저축은행 임직원들은 업주들의 신용 상태나 상환 능력 등에 대한 심사를 소홀히 한 채 종업원 선불금 서류만을 담보로 업주들에게 대출 허가를 내줬고, 현장 실사 없이 업주의 진술에 의존해 허위로 신용조사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업주들은 선불금을 받지 않은 종업원에게도 담보용 채권 서류를 쓰게 하거나, 선불금 지급 규모를 마음대로 부풀려 종업원들로부터 받을 돈이 있는 것처럼 꾸민 서류를 제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대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한 후 선불로 돈을 빌려 쓰고서 만드는 속칭 '마이낑(선불금)' 담보 서류를 허위로 쓰도록 했다. 예를 들어 ‘마이킹’으로 1200만 원을 주고서도, 실제 받은 돈의 10배 이상인 1억3000만 원을 받았다고 작성된 서류에 종업원들의 사인을 받은 것. 이로 인해 업주가 허위 선불금 서류로 11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는 바람에 어려움을 당하기도 했다.

업주들은 이렇게 대출받은 돈으로 개인 채무를 갚거나 유흥비 등에 사용했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양은이파, OB파, 중앙동파, 오거리파 등 조직폭력배도 같은 방법으로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224억원을 대출받아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담보 가치나 채권회수 가능성 등 변제 능력에 대한 심사가 허술하게 이뤄지면서 대출을 받은 업소들의 상환 실적이 미미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집계 결과, 총 대출금 1천546억원 중 변제된 금액은 원금 325억원에 그치고 있고, 대출 업소 가운데 폐업한 곳의 잔금만 400억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소에서 실제 업주는 신용불량 상태여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바지사장을 내세웠다"며 "일부 조직폭력배도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불법 대출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결제권자인 이용준 행장이 유흥업소에 대한 부실 대출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찰과의 일정 조율을 거쳐 이 행장을 직접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선불금 서류 자체가 채권으로서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출을) 진행해 은행에 손해를 입힌 혐의가 있다고 본다"며 "검찰에서 이 행장을 넘기는 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