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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재정 위기로 한국경제도 타격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경기 둔화, 유럽재정 위기로 인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한국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0개 세계 주요 투자은행(IB)이 제시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1월말 현재 평균 3.6%로, 지난 1월의 4.5%보다 0.9%포인트나 추락했다.

특히 세계 주요 투자은행 10곳 중 9곳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전년 대비) 전망치를 연초보다 크게 하향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초 5.9%에서 11월 말 3.6%로 2.3%포인트 내렸고, 골드만삭스도 4.8%에서 3.4%로 1.4%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이들 투자은행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춰 잡는 것은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수출 경기 둔화와 내수 위축, 외국자본 이탈 등 실물경제와 금융 양면에서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부문이 위축되면 국내 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6%는 될 것이라는 전망은 유럽 재정위기가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세계와 한국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럽 경기가 내년 1분기에 바닥을 통과할 것이며 재정위기도 서서히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성장률도 2012년 상반기에는 3.3%로 낮아지겠지만, 하반기 성장률은 3.8%로 다소 오르는 등 하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 열리는 선거와 FTA, 원화가치 하락 등으로 내년 한국경제가 올해보다 나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낙관적인 분석 하에서 노무라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3.5%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무려 5.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노무라는 보고서에서 "완만한 세계 수요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내년 4월 총선과 11월 대선을 앞두고 상당한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나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엔화 대비 원화의 약세는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세계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내년 선거 기간에 한국 정부가 복지 지출을 늘리고 인프라 건설을 확대할 것이며 3분기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 투자은행은 "원화 약세, 한미 FTA 발효 등의 영향을 받아 수출 경쟁력을 지탱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