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혜란 기자]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통제구역 무단출입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무소는 올해 설악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7건 중 4건이 출입통제구역에서 일어나 가뜩이나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상황인데, 최근 혹한 속에 설악산에서 조난당했다가 나흘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40대도 출입통제구역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할 뻔해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씁쓸함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
27일 설악산사무소에 따르면, 조난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만인 지난 26일 구조된 박모(44)씨는 지난 20일 소공원으로 입산, 비선대를 거쳐 마등령 코스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박씨는 지난 21일 오후 "너무 힘들어 백담사 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대청봉 밑에서 텐트를 치고 잔다"는 내용의 전화 통화를 가족들과 두 차례 한 후 연락이 끊겼다.
박씨가 돌아오지 않자 가족은 신고를 했고, 구조 당국과 설악산사무소는 23일 헬기 2대와 연인원 100여명을 투입해 마등령에서 백담사로 이어지는 설악산 일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실시한 끝에 지난 26일 오전 11시14분 영시암 근처 계곡에서 텐트를 발견, 구조대를 투입해 오후 3시12분 혹한 속에서 나흘을 버틴 박씨를 구조했다.
설악산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박씨가 식량은 물론 침낭에다 텐트까지 등산 장비를 갖춘 덕분에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을 견딜 수 있었다"며 "생존한 것이 거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를 구조한 설악산사무소는 이번 사고가 출입통제 구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인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등령 코스는 평상시에는 등반할 수 있는 탐방로이지만, 이달 초 폭설이 내린 이후 길이 나지 않아 지금까지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곳이다.
설악산사무소는 "등산로 입구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는데도 박씨는 이곳으로 들어갔다"며 "출입통제 구역에서 사고가 날 경우 구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 사망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설악산에서는 통제구역을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다치거나 변을 당하는 일이 해마다 10여건씩 발생하는 등 비슷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지난 10월 10일 출입금지구역인 화채봉 코스 만경대 하단부에서 최모(68ㆍ청주시)씨가 10여m 아래로 떨어져 숨진데 이어 바로 다음날인 11일도 출입금지구역인 용아장성에서 일행과 함께 등반하던 김모(36ㆍ경주시)씨가 30여m 절벽 아래로 떨어져 숨지는 등 사고가 이어졌다.
올 한해 설악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모두 7건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건이 출입통제구역에서 발생했다.
공원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한정된 인원으로 넓은 면적에서 많은 등산객을 단속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겨울철에는 단속도 어렵다"며 "출입금지구역은 대부분 사고 위험이 커 통제하는 만큼 등산객 스스로 안전수칙을 지켜주고 통제에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