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서정인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과 소통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분기별로 장기 기준금리 전망을 내놓기로 한 것과 관련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양적완화의 새로운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기 기준금리 전망은 Fed가 최근 수년간 지속된 `제로(0)' 수준의 초저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어 금리인상 시기가 더 늦춰지는 효과를 가져오고,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효과가 적고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올해부터 분기별로 매년 네 차례 기준금리 전망치를 공개하기로 했다.
연준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2011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오는 24~25일 열리는 올해 첫 FOMC 회의부터 분기별 경제전망 보고서에 기준금리 전망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버냉키 의장은 그동안 연준의 정책 변화에 대해 시장에 보다 명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연준의 투명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버냉키 의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장기 금리전망 발표는 그동안의 시장과의 소통방식과 큰 차이가 있다.
그동안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때만 기준금리 등 단기 통화정책 방향을 주로 제시했고, 이때도 구체적인 신호를 주기보다는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모호한 표현들이 많은 성명서를 주로 발표했다.
하지만 연준은 오는 2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발표하는 보고서부터 올해 4개 분기 전체와 향후 2~3년간의 금리전망을 처음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17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전망도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는 투자자들과 기업, 소비자들에게 현재 제로 수준의 초저금리가 언제까지 지속할 지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로금리 유지에 대해 `상당한 기간'이라는 표현보다 더 구체적인 설명이 나오면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을 덜면서 초저금리 상황을 이용해 장기투자에 나서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있다. 투자자들도 차입부담에 대한 분석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연준는 그동안 경제상황 호전이 예상되는 2013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왔는데, 이 기간이 더 구체적으로 명시되고 길어진다면 또 다른 양적완화의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투자자들은 2014년 1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 확률이 46%에 달한다.
연준은 경기회생을 위해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뚜렷한 경기부양책을 제시하지 않고 기존의 정책만 되풀이 발표해왔다.
피데스투자자문의 김한진 부사장은 "돈이 돌 수 있게 저금리 기간을 못박아 신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Fed가 장기금리 전망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분명히 저금리를 약속하면 양적완화와 동일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미국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이 투자를 억제할 수 있다.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당분간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고 경기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2013년 중반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한번 더 확인하는 차원일 수 있다. 하지만 소통방식이 달라졌다. 장기 금리전망치를 제시해 경기상황에 따른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확고한 부양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연준 내 일부 의원들은 지역은행들의 개별 전망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대중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