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SK가 횡령혐의로 공판 중인 최태원 회장에 대한 여론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자 애쓰는 모습이다.
SK그룹은 공휴일이었던 6일 오전 '최태원 회장, 공판 중에도 글로벌 新시장 개척 강행군'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앞선 5일 그룹 측은 '터키 도우쉬 그룹과 1억달러 펀드 조성'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었다.
해당 자료에는 최태원 회장의 공적에 대한 내용이 일부 있었다. 이는 '최 회장, 지난해 3월 터키 방문 등 직접 발로 뛰며 구체적 성과 도출'이라는 네번째 부제목과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3,4월 터키를 방문해 정·재계 인사들에게 SK와의 사업협력 모델을 제안한 데 이어 각종 국제행사에서 터키의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이 이번 사업협력의 결실로 이어졌다"는 그룹 입장이다.
하지만 다음날 배포된 자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세계 경제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태국과 터키를 잇따라 방문해 의미 있는 글로벌 신시장 개척 성과를 창출했다. 특히, 이들 나라에서 열린 국제포럼에 참석해 '코리아 세일즈'를 하는 등 여러 민간외교 일정도 소화했다'는 리드를 포함, 전체 16개의 단락 중 11개가 최 회장의 공적에 대한 설명이다.
이에 대해, 언론 종사자들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언론플레이로 볼 수 있다는 반응이다.
A일보 관계자는 "먼저 낸 자료(5일)는 국내 기업이 해외 대기업과 계약을 성사시켰을때 만드는 일반적인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 CEO가 이를 주도했다는 야마(주제)로 또 내는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에서 최태원을 검색하면 첫번째 자동완성이 '최태원 공판'이다. 검색해보면 SK의 자료로 작성된 기사들만 나온다"며 "최 회장의 공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기사만 보면 별 문제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 판결하는 사람들 인식까지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물타기' 효과는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언론플레이'라는 맥락은 같지만 조금 다른 시각도 있다.
B신문 관계자는 "최신원 SKC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최태원 회장 측으로선 뭔가를 보여줘서 만회를 해야하는 상황이다"고 화두를 던졌다.
최신원 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인 故 최종건 회장의 아들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형이다. 지난 3월 SK네트웍스 주총 자리에서 그룹의 창업정신이 흐려지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으며, 최태원 회장이 회삿돈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자 계열분리의 뜻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그가(최신원 회장) 계열분리를 하기에는 아직 지분이 부족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재계에선 최태원 회장이 경영권 방어자금을 마련하려고 선물투자를 한 것 같다는 말이 많다"며 "공판 결과에 달렸다. 지금 그룹이 할 수 있는 것은 최태원 회장을 어떻게든 띄워주는 것 뿐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