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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불신 해소될까…최태원 SK회장 판결 '관건'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16일 법원은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겨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4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지난 2월 태광산업그룹 이호진 회장에 이어 올해로만 두 번째 재벌총수의 실형선고다.

서울서부지법은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형벌을 요하는 국민의 여론을 반영해 지난 2009년 7월 양형기준을 만들었고, 이호진 前 회장과 김승연 회장 판결에 이를 엄격히 적용했다는 입장이다.

김승연 회장에 대한 이번 판결은 '재벌총수는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라는 관행을 깬 것이다.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하면서 바로 법정구속한 것도 그간 재벌총수의 형사재판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이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재벌총수의 형사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되어 복역한 것은 김승연·최원석·최태원 회장 등이었다. 이들은 모두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아 잠시 수감되었을 뿐, 이후 항소심에서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 외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재벌총수들은 범죄혐의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형을 선고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이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법부의 관행은 국민들에게 '유전무죄 유전무죄'라는 뿌리 깊은 불신을 낳았으며 '재벌 공화국' 이라는 오명을 만들어 내는 데에 일조했다.

최근 국민들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는 정치권으로 하여금 여러가지 개혁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으며, 이에 법원도 소극적인 입장만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법원이 재벌총수에게 양형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승연 회장에 대해 가중요소가 있음에도 오히려 감경해 법상 하한인 4년형을 선고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형사사건에 대한 판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에 대한 속행공판이 16일 열렸고, 1심 결심공판은 내달 중으로 잡힐 예정인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의 혐의는 SK그룹 계열사 자금 497억원 및 그룹 임직원 상여금 명목 139억원에 대한 횡령·배임 등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배임·횡령은 이득액 300억원 이상인 경우 기본 5~8년, 가중 7~11년, 감경 4~7년으로 각각 형량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