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SI(시스템통합) 사업을 유용해 개인의 지배력 및 자금을 확보해왔으며, 이같은 부당이익을 지키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마저 방해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최근 SK텔레콤 등 SK그룹 7개 계열사가 SK C&C와 회사 운영 시스템 관리·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주어 부당지원했고, 또 이 사건 현장조사 과정에서 SK C&C 및 소속 임직원들이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던 사실이 드러난데 따른 것이다.
현재 SK C&C는 총수일가의 지분이 48.5%(최태원 38.0%·최기원 10.5%)인 SK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 회사다. SK C&C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 지분을 31.8% 보유하고 있어, 최태원 회장은 SK C&C 지분을 통해 SK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SK C&C가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된 것은 과거 이동통신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대한텔레콤이 SKT의 SI사업을 독점하고,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아 최태원 회장의 취약한 지배력을 강화시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SK C&C는 SKT 등 계열사로부터 수조원의 매출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자신에게 자금을 지원해 준 SK㈜, SKT 등 주요계열사의 주식을 확보했다.
특히 최근에는 SK C&C가 최태원 회장의 개인자금을 만드는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 2일 보유중인 SK C&C 주식 50만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2010년 9월 이후 수차례에 걸쳐 담보대출을 받아 총 대출금액이 총 4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번에 밝혀진 SK 그룹의 SK C&C에 대한 부당지원행위와 공정위 조사방해 행위는 재벌총수의 지배력 확장을 위한 회사기회 유용이 얼마나 큰 폐해를 가져오는가를 총체적으로 입증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기관의 조사 및 자료요구 등에 대응하고 준법경영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총괄 부서인 컴플라이언스 본부에서 오히려 불법을 지시했다는 사실이다.
작년 7월 공정위의 SK C&C의 현장조사 과정에서 다수의 임직원이 가담한 중대한 조사방해행위가 발생했다. 임직원들이 사전에 모의해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관련 자료를 기습적으로 반출한 후 이를 폐기하고, 이에 대해 공정위가 영치자료의 원상회복 및 PC조사 등을 요청했으나 컴플라이언스 본부의 지침에 따라 이를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컴플라이언스 본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허위진술 및 업무관련 문서의 삭제, 외부저장장치의 자택보관 등 조직적인 조사거부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지난 3월 삼성전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한 임직원 및 컴플라이언스, 사내 변호사 등 관계자들을 고발할 예정이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비자금 관련 형사재판에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고, SK C&C의 비자금 조성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요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