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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연극 ‘삼봉이발소’ 전국에 ‘외모바이러스’ 주의보 발령

"그런 얼굴 갖고 뭐가 그리 즐거운거야?" "못 생긴 게 운동까지 못해?" "못 생긴 게 운동이라도 잘해야지"

동안미녀, 베이글녀, 콜라병몸매, 꿀벅지…

한국은 외모와 몸매에 대한 수식어가 참으로 다양하다. 갈수록 외모지상주의가 남발하고 있다. 압구정 거리를 거닐다 보면 끊임없이 늘어선 성형외과가 진풍경을 이룬다.

요즘은 외모 때문에 취업도 어렵다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났다. 취업을 위해 성형외과를 찾거나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

과연, 사람의 외모가 인생에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해야만 하는가?

2008 대한민국 만화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던 하일권 작가의 데뷔작인 '삼봉이발소'가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2로 돌아왔다.

연극 '삼봉이발소'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에 이성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주위로부터 손가락질당하며 예쁜 짝과 늘 비교당해야 하는 다소 애처롭고 씁쓸한 모습을 '외모 바이러스'에 걸려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비유, 첫사랑의 아픈 사연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꽃미남 이발사 '김삼봉'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외모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러 다니는 모습을 대조적으로 그리며, 과장된 연기력과 코믹한 개그 요소를 가미해 유쾌하고 발랄하게 '외모지상주의'를 풀어낸 작품이다.

이는 만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연기뿐만 아니라, 상황 설정 또한 과장되거나 당황스러운 데가 있다. 검은 고양이가 말을 하고 '마술'을 부린다. '외모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는 데 삼봉이가 들고가는 가위는 작두만한 거대한 가위다.

그러나 내용은 쉽고 담백하다. 억지로 꼬거나 비틀지 않았다. 조금 어둡고 무거운 내용도 재치있고 상쾌하게 풀어간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잡는다. 이발사 김삼봉(양동선, 이성우분)과 퀸카 이수진(김나래, 김소양 분)은 보는 눈이 즐겁다. 단짝 친구 장미(이윤정, 류단 분)와 희진(송재연, 김수레 분)이, 우주비행사를 꿈꾸지만 볼품없는 외모로 외계인 취급 당하는 우주인(최윤빈, 김남호 분)은 무대위 살아있는 활력소. 여기서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존재가 있으니 바로 진가를 가리기 어려운 검은 고양이(김상훈, 박상현 분)라 하겠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판타지의 리얼리티 깜짝 변신, 20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오는 10월 31일까지 대학로 한성아트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