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금융위원회가 그간 완강히 공개를 거부해왔던 론스타의 투자자국가소송(ISD) 중재의향서가 최근 해외에서 공개됐다.
론스타는 지난 5일 중재의향서와 그 부속서류 전부를 미국의 인터넷 보도매체 'Business Wire'를 통해 공개했다.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 5월 한국 정부에 통지한 중재의향서의 내용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가 부정확하고 불완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경일보가 이를 입수해 확인해본 결과 중재의향서에서 론스타가 주장하는 손해의 핵심 내용은 그간 언론보도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융위의 외환은행 지분매각 승인 지연으로 매각차익에서 손해를 입었고,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에 따라 국세청의 과세처분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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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론스타가 스스로 공개한 ISD 중재의향서 원문 1·2페이지. |
다만 언론에 자주 보도된 HSBC와의 인수협상 실패 외에 국민은행과 싱가포르 DBS은행에 대한 지분매각도 실패했고, 2007년 13.6%의 지분을 시장에서 일괄매각(block sale)했을 때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 등이 추가됐다. 또 하나금융지주에 전체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금융위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승인 처분을 부당하게 지연했다는 주장도 담겨 있다.
과세처분과 관련해서는 국세청이 론스타의 한국 고정사업장 존재 여부에 관해 자주 입장을 바꿨고, 고정사업장 존재 여부에 따라 달라져야 할 세액 산정에 있어서도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론스타가 중재의향서에서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금융당국과 과세당국이 해외자본이 대규모의 투자수익을 누리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의식해 행정처분에서 론스타를 불법 부당하게 대우했고, 이로 인해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재의향서를 통한 론스타의 주장은 사실의 누락과 왜곡이 심각하다.
론스타 문제의 핵심은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인 론스타가 그 사실을 은폐해 감독당국으로부터 부당하게 대주주 자격을 취득하고 지배주주의 지위를 누렸다는 점이다. 특히 2003년 지분인수계약 종결 직전에는 투자자까지 임의로 변경해 승인의 효력을 스스로 무력화했다.
론스타는 이같은 행위에 대한 언급없이 감독당국이 자신을 산업자본이 아닌 자로 인정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일본내 골프장인 PGM홀딩스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잘못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특히 론스타가 자신을 산업자본이 아닌 것처럼 위장했다는 것은 이번 중재의향서에도 잘 나타나있다.
2003년 외환은행 지분인수 당시 론스타가 금융감독당국에 제출했던 동일인 신고서에는 극동홀딩스I, 극동홀딩스II, 스타홀딩스 등 론스타가 지배하는 회사들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중재의향서에서 론스타는 원고로서의 자신을 구성하는 회사들에 이 회사들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론스타가 스스로 '과거 신고 시 동일인들을 누락시켰고, 이들을 포함할 경우 우리는 산업자본이었다'고 자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주주 자격이 없었던 론스타가 매각승인 불허나 지연으로 인해 손해를 봤다거나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가당치도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책임회피적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가 이제라도 론스타와 주고받은 서신 등 관련 자료 일체를 공개하고 론스타의 산업자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정공법으로 론스타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