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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론스타 앞에만 서면…왜 정부는 작아지는가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국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에 박힌 이유로 정부가 원문 공개를 완강히 거부해 시민단체가 정보공개소송까지 제기했던 자료가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왔다. 론스타가 투자자국가소송(ISD) 중재의향서를 스스로 공개한 것이다.

더구나 이 중재의향서의 수신인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법무부장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인 이명박 대통령이다.

정부는 그동안 론스타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고 일방적인 특혜를 베풀어왔다. 하지만 그 결과는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수조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요구로 나타났다. '현저한 국익침해 위험'이 망신스럽고도 허무하게 현실화된 것이다.

특히 중재의향서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주로 있던 기간에 보유지분 매각과 관련해 한국의 금융당국과 서신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수차례 나온다.

외환은행 대주주의 자격이 없었던 론스타는 이미 막대한 매각차익을 실현했고, 지금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수조 원대의 소송절차를 밟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관련 정보를 공개해 더 이상 침해될 국익이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정부는 론스타와 정부 사이에 오간 모든 교신내역을 포함해 관련자료 일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문제를 피해가려는 정부의 대응 태도 또한 비판 대상이다.

론스타는 산업자본 여부를 주기적으로 심사할 의무와 권한이 있는 금융위원회에 동일인 현황을 성실하게 신고하지 않았고, 고의적으로 동일인을 누락시킨 명백한 증거도 많다.

정부 입장에서는 론스타의 '불법 부당한 매각승인 지연' 주장에 대응해서 당초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이 있었는지, 신고 당시부터 매각 때까지 감독당국을 기망한 사실은 없는지를 치열하게 다퉈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론스타의 산업자본 판정을 고의든 실수든 제대로 해내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무조건 덮으려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태도를 고집할수록 막대한 국민 재산이 론스타의 탐욕에 농락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의 책임도 막중하다. 현재 시민단체들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위해 론스타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진상규명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청문회를 비롯해 론스타 문제의 진상 규명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진상조사 결과 금융위와 금감원의 전·현직 관련자를 포함해 그 누구라도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잘못을 범한 것이 드러난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

또한 오는 11월 정식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ISD 소송의 진행경과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정부가 혹여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국민의 소중한 재산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