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하나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키코(KIKO·환헤지 파생상품) 관련 소송에서 기업들이 입은 피해액의 60~70%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최승록)는 엠텍비젼과 테크윙, 온지구, ADM21 등 4개 기업이 키코와 관련해 하나·씨티은행 등에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테크윙은 하나은행을 상대로한 주장의 70%, 엠텍비젼과 온지구는 씨티은행을 상대로한 주장의 70%, ADM21은 60%를 인용받아 사실상 승소했다.
최승록 부장판사는 키코판매은행의 적합성·설명의무 위반을 인정, 은행이 키코로 얻은 수익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수익보유의 60~70%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피해기업들은 키코로 인한 손해액의 최대 70%를 되돌려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기업이 과거 키코 거래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 거래경험만으로 기업이 손해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은행은 키코 가입으로 인한 손해 가능성에 대해 더욱 자세히 설명을 했어야 한다'며 기존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거래경험이 은행의 설명의무의 경감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측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재판중인 고등법원과 대법원 또한 1000여개의 우량한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교묘한 속임수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키코 장사로 배불린 거대 금융권력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있게 단죄해줄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나은행과 씨티은행 등 은행권에서는 항소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키코 민사소송 진행현황을 보면 1심 소송은 2008년에 시작돼 당시 210여개사가 이를 진행했고, 소송 중 10개사는 취하했다. 현재까지 195개사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는데 37개사만이 주장의 10~50%를 인용받는데 그쳤다. 이번 4개사에 대한 판결은 사실상 첫 승소라고 볼 수 있다.
2심 소송인 항소심은 2010년 12월에 시작돼 135개사가 이를 진행했고, 소송 중 9개사는 취하했다. 현재까지 20개사에 대한 판결이 내려졌고, GCS와 대동시스템, 성진섬유산업, VFK헤드, 두영 등 5개사에 대해서는 진행 중이다. 내달 중 20여개사에 대한 변론이 시작되며, 나머지 66개사는 기일이 열리지 않은 상태다. 대법원 상고 진행은 현재 총 15개사가 심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