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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피해 기업 사실상 첫 승소… 은행들 항소 검토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법원이 사실상 처음으로 키코(KIKO) 피해 중소기업 측의 손을 들어줬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상한선을 넘으면 계약 금액의 2~3배를 시장가보다 낮은 환율로 팔도록 설계된 통화옵션 상품으로, 중소기업들은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변했던 2008년 키코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은행측은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항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최승록 부장판사)는 23일 엠텍비젼㈜ 등 4개 기업이 "부당한 키코(KIKO) 계약으로 피해를 봤다"며 하나은행 등 3개 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기업에 모두 136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은행이 "기업의 이해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손실 발생의 위험성에 관해 (기업이)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식하게끔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은행이 키코 상품을 판매하면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손실액의 60∼70%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20∼50%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던 기존 판례보다 은행의 책임을 더 많이 인정한 것이다.

특히 손실액의 절반 이상을 보상하라고 판결한 점은 재판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키코 피해기업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은행들은 은행 책임을 기존보다 훨씬 크게 물은데다 현재 진행중인 수십건의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항소 의지를 내비쳤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재판부의 판결 이유를 면밀히 살펴보고 항소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 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195개사가 1심에서 최고 50%의 배상책임을 인정받았으며, 15개사는 대법원 상고를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