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부동산 장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용인, 분당, 일산 등 신도시 일대에서 대형 아파트의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1~2인 가구 증가세 등이 맞물린 결과, 대형 아파트가 작은 평형보다 더 싸게 팔리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에 이어 전세가격까지 역전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30일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B아파트 18층 전용면적 168㎡ 아파트가 8억2732만원에 거래된 지난 6월, 같은 단지 내에 있는 같은 18층의 전용면적 153㎡ 아파트는 3500만원 가량 비싼 8억6208만원에 거래됐다.
면적은 15㎡ 더 크지만 가격은 오히려 3500만원이 더 싸게 팔리는 가격 역전이 일어난 것.
용인시 기흥구의 D아파트에서도 지난 6월 150㎡(22층)가 5억8000만원에 팔렸지만 같은 달 181㎡(16층)는 3000만원이 싼 5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또 성남시 분당구의 S아파트 133㎡(6층)가 8억9500만원에 거래됐던 지난 4월에는 같은 단지의 172㎡(15층)가 5000만원 이상 낮은 8억4000만원에 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면적이 10평 이상 큰 데다 층수가 더 높은데도 가격이 역전된 것.
고양시 일산동구 K아파트도 지난 5월 말 124㎡(11층)가 5억원에 거래됐지만 6월 초에는 면적이 더 큰 135㎡(2층)가 3500만원이 싼 4억65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이 같은 가격역전은 전세가격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전세 실거래가를 보면 용인시 기흥구 D아파트는 121㎡(18층)가 2억원에 거래된 반면 평수가 더 넓은 123㎡(8층)는 1억7천만원, 150㎡(8층)는 1억6천만원에 각각 계약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기흥구 Y아파트는 지난달 중형 면적인 85㎡(6층)가 1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된 반면 135㎡(19층)은 1억5500만원에 그쳤다. 평수는 약 1.5배 이상 더 큰데 오히려 전세가격은 500만원이 싸진 것이다.
성남시 분당구 P아파트의 최근 전세 실거래가도 131㎡(19층)가 3억9000만원인 데 반해 164㎡(17층)는 3억5000만원을 기록해 가격이 역전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격 역전 사례들에 대해 2007년 무렵 주택시장 호황기 때 '돈이 된다'며 신도시에 중대형 위주로 아파트를 과잉 공급한 부작용이라고 분석한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팀장은 "대형 아파트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외지인 투자자들이 몰려 가격거품을 만들어놓은 탓에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후유증을 겪는 것"이라며 "경기침체로 수요자들이 실속 소비를 중시해 대형 아파트값이 더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1~2인 가구의 증가와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아파트 평면설계의 개발로 수요자들이 굳이 비싼 관리비를 지불하면서까지 넓은 집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박 팀장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