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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테마주 조회공시 요구에 대부분 "공시할 내용 없다"

[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올해 현저한 시황변동과 관련해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대선 테마주 가운데 70% 이상이 "공시할 중요사항이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은 주가급변의 원인이 기업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면 해당 기업이 이것에 대해서까지 해명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이 이처럼 뒷짐을 지고 있는 동안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다며 형식적이고 천편일률적인 현행 조회공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에 한국거래소가 현저한 시황변동으로 조회공시를 요구한 사례는 유가증권시장 90건, 코스닥시장 179건 등 총 269건이었으며, 이 중 언론 등 대외적으로 '대선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의 시황변동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한 사례는 128건이었다.

또 대선 테마주의 답변 중 94건(73.4%)이 '중요정보 없음' 또는 '중요 공시대상 없음'이라는 답변을 내놓아 주가가 급등락한 대선 테마주 대부분이 시황변동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확인' 형식의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간결하게나마 시황변동 관련 현황을 언급한 종목은 33건으로 25.8%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공시할 중요사항이 없다'라고 답변하는 것 자체가 투자자에 대한 일종의 경고 의미라며 현재로서는 관련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는 테마주처럼 외부적 요인에 대해 기업이 공시를 통해 해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공시제도를 담당하는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이 중요내용이 없다고 답변하면 주가변동을 일으킬 만한 내부적 경영사항이 없다는 뜻이므로, 투자자는 시황변동의 원인이 외부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시의 주체인 기업은 책임질 수 있는 답변만 해야 하므로 테마주와 같은 기업 외부적 요인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정하거나 해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역시 유사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이 '중요내용 없음' 답변 공시를 통해 주가 급등락의 원인이 기업 내부에 없음을 알린 이상 그 답변에 대한 판단은 투자자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은 기업이 주가급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시황변동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데도 금융당국은 상황에 대한 해명을 해당 기업에만 미루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거래소는 공공기관인데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서 "금융 당국이 증시에 대한 각종 데이터를 갖고 있는 만큼 주가 이상징후를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할 의무가 있다. 거래소는 단순히 기업의 입장만을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에 그칠 것이 아니라 투자자에 경고 신호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허술한 내용의 조회공시 답변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으므로 해당 기업들이 감출 수 있을 때까지 숨기려 한다"며 처벌 강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현구 국장도 "실제로 주가급변 원인을 기업이 알 수 없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거래소가 시장 변동현황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주가 이상급변이 발생하면 구체적 설명과 함께 투자 시 신중해야 한다고 직접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기업보다는 거래소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