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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안전상비약, 내일부터 편의점 판매

[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내일부터 약국이 아닌 편의점 등에서도 타이레놀, 부루펜, 판콜에이 등 감기약·소화제·진통제를 비롯한 가정안전상비약을 살 수 있게 된다.

'상비약 약국 외 판매'가 10여년간의 장기 논의 끝에 실시되는 것으로, 의약품이 약국 밖에서 팔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약국이 거의 쉬는 주말이나 밤에 약을 찾아 헤매야 했던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유통경로가 편의점으로 한정되지만 장기적으로 슈퍼마켓 등으로 전면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15일부터 약사법 개정안 발효와 함께 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가 시작된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편의점 등 소매점들은 약사법 개정에 따라 15일부터 13개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다.

15일부터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약은 이 중 11개 품목으로 ▲타이레놀정500mg(포장단위 8정) ▲어린이용타이레놀정80mg(10정)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100㎖) ▲어린이부루펜시럽(80㎖) ▲판콜에이내복액(30㎖×3병) ▲판피린티정(3정) ▲베아제정(3정) ▲닥터베아제정(3정) ▲훼스탈플러스정(6정) ▲제일쿨파프 ▲신신파스에이 등이다.

지난 7월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13개 품목 가운데 훼스탈골드정과 타이레놀정은 포장공정과 생산라인 재정비 등을 거쳐 각각 다음달, 내년 2월 이후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집계된 상비약 판매 편의점 수는 1만1538개이지만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건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국내 영업 중인 편의점이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체인 편의점 2만3500개와 개인 편의점 약 1100개를 합쳐 2만4600개 정도임을 고려하면 국내 편의점의 참여율은 47% 정도로 추산된다. 또 안전상비약을 취급하기로 한 편의점 가운데 약 1% 정도는 개인 편의점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비약 판매 점포는 소비자들이 찾기 쉽도록 출입문 근처에 별도의 표시 스티커를 붙인다.

한편, 편의점 종사자 1만5191명은 상비약 판매에 앞서 지난달부터 대한약사회로부터 의약품 취급·판매 교육을 받아왔다.

편의점 상비약은 오남용을 막기 위해 1일분씩만 판매하며, 만 12세미만 또는 초등학생은 구입할 수 없다.

보건당국은 편의점이 없는 농어촌 지역의 경우 우선 1907개 보건진료소에 상비약을 비치하고, 상주 보건진료소조차 없는 읍·면 지역의 경우 추가로 '특수장소' 144곳을 정해 상비약을 구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특수장소는 간호사·의무병 출신 주민이나 이장 등의 거주지를 말한다. 특수장소는 앞으로 22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약 구매가 쉬워진만큼 안전 관리도 강화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편의점 각 점포에 위해의약품 정보를 실시간 전달하고 판매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소비자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내 부작용 신고센터(1644-6233)를 통해 약 부작용을 상담하거나 보고할 수 있다.

개정 약사법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상비약은 최대 20품목이지만 안전상비의약품지정심의위원회는 우선 13품목으로 제한했다.

복지부는 시행 후 6개월간 모니터링 후 중간 평가를 실시하고 다시 6개월 후 모니터링 결과와 전문가 논의를 거쳐 판매 품목 조정·확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정경실 의약품정책과장은 "제도 시행 결과와 소비자의 수요 등을 분석해 편의점 유통 약품 수를 늘릴지 검토할 것"이라며 "20품목을 넘어 일반약 소매점 유통을 확대할지는 사회적 논의와 법개정이 추가로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업계는 의약품 유통 경로가 확대된다는 데 원론적으로 환영하면서도 품목수가 제한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번 조치는 환자들의 실질적 불편인 야간진료 수요 해소와는 거리가 있는 데다 정치적 타협 과정에서 일부 왜곡된 점도 없지 않아 본격적인 일반약 유통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약 유통 확대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본격적인 일반약 슈퍼 판매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