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동아원이 밀가루 출고가격을, 하이트진로는 소주 출고가격을 올렸다. 이유는 '경영난'으로 요약되는데, 실제로는 호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동아원은 21일부터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7% 인상했다. 업소용 포장제품 20㎏을 기준으로 중력 1등급은 1만6600원에서 1만8150원으로 9.3%, 박력 1등급은 1만5850원에서 1만7330원으로 9.3%, 강력 1등급은 1만8250원에서 1만9390원으로 6.2% 올랐다.
회사측은 현재 확보된 원맥의 재고가격 및 국제 곡물시세를 감안하면 두자릿수의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하고 있으며, 서민물가안정에 부응하고자 인상폭을 그나마 한자릿수로 낮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말 서민물가를 생각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적어도 회사의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아원의 경우 작년 3분기까지 29억7300만원이던 영업이익이 올 3분기까지는 135억300만원으로 늘어 354.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같은 실적 호조는 올해 들어 원맥가격이 안정되고 환율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원의 인상을 필두로 제분업체들이 원재료값 인상 등으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하며 줄줄이 가격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이트진로는 22일부터 소주 출고가격을 8.19% 인상했다. 이에 따라 참이슬과 참이슬 클래식(360㎖)의 출고가격은 병당 888.9원에서 72.8원 오른 961.7원으로 변경됐다.
회사측은 지난 4년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1.4%에 이르고 원료비, 포장재료비, 물류비 상승 등으로 가격인상 요인이 17.35%에 달하지만 최대한 원가절감과 내부흡수 등을 통해 인상률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또 소주가 대표적인 서민물가 품목이라 당초 연말까지는 부담을 감내하려 했지만, 원가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버틸 수 없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 역시 작년 3분기까지 1176억1500만원에서 올해 3분기까지 1925억9900만원으로 63.8%나 늘었다. 매출도 작년 8943억원에서 올해 1조5295억원으로 71% 급증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10대 그룹 84개 비금융 상장계열사 60%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심지어 28%는 매출까지 쪼그라드는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점으로, 두 회사 모두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한편, 다른 주요 가공식품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제분은 작년 3분기까지 14억원 적자에서 올 3분기 201억원 흑자로 영업이익 증가율이 무려 1533.7%에 달했다. 삼립식품은 작년 41억원에서 올해 96억원으로 132.1%, 매일유업은 117억원에서 221억원으로 89%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빙그레(39.8%), 오리온(37.4%), 대상(31.5%), CJ제일제당(30.4%), 오뚜기(15.1%) 등도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영업이익이 급감한 곳도 있다. 사조대림의 경우 작년 86억원에서 올 3분기 48억원으로 43.4% 줄었고, 동원F&B(-29.9%), 롯데제과(-23.4%), 삼양식품(-20.5%), 크라운제과(-18.0%), 롯데칠성음료(-12.9%), 농심(-8.0%), 사조해표(-7.3%) 등도 영업이익이 뒷걸음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