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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이르면 이달 중 북한 방문" <AP>

[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이르면 이달 중으로 평양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슈미트 회장이 이르면 이달 중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와 함께 개인 자격으로 사이버 공간의 마지막 국경선인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익명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3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슈미트 회장의 북한 방문이 이뤄지면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의 회장이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통제가 엄격한 나라를 방문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고 AP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슈미트 회장과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북한 방문은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시기에 이뤄지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며 추가 제재방안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를 간첩혐의로 억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에 알린 것도 최근 일이다.

북한의 경제무역특구 지역인 나선에 억류돼 있는 배씨는 간첩혐의가 인정되면 10년 징역형과 강제노역에 처해진다.

슈미트 회장과 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북한에서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일정을 가지고 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과 북한은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북한은 미국 기업과 거의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도 북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한 경제부흥을 강조한 가운데 과학기술 발전을 중시하고 모든 학교에 컴퓨터를 보급하고 디지털화된 기계를 공장에 배치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와 연관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10년 가까이 이어온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슈미트 회장은 지구상 모든 사람들에게 인터넷에 대한 접근과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으며, 최근에는 전 세계의 정치인들이나 사업 파트너,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주로 구글의 외부 관계업무를 맡아보고 있다.

슈미트 회장은 그동안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은 인간을 가난과 정치적 압박에서 벗어나게 할 힘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또 오는 4월 출판을 목표로 자레드 코헨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 자문관과 함께 인터넷이 사회 지형을 바꾸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담은 ‘새로운 디지털시대(New Digital Age)’라는 책을 쓰고 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북한 방문은 1994년 이후 이번이 6번째다. 이 중 두 차례는 북한에 강제 억류된 미국인 석방 협상을 위한 방문이었으며, 가장 최근의 방문은 지난 2010년이었다.

북한은 일반 국민의 인터넷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으며, 극히 일부만이 세계 범용 인터넷(www)에 접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