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Here for good?' 중소기업 울리는 SC은행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Here for good'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의 브랜드 약속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리차드 힐(Richard Hill) 은행장의 발언에는 항상 'Here for good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힘없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예외인 모양이다. 이 은행이 그간 불공정약관으로 대출한도를 일방적으로 축소해 중소기업들의 목을 조여왔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중소기업에게 불리한 약관을 적용해온 SC은행에 대해 '기관경고' 제재 및 리차드 힐 행장에게 '주의' 조치키로 했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징계안이 2월초 금융위원회 안건에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제재가 이미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은행은 중소기업들에게 한도대출을 해주며 한도 내 미사용분에 대해 은행이 통보만 하면 일방적으로 한도를 줄일 수 있도록 한 약관을 적용해오다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은행 입장에서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여파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한도를 줄임으로써 신용공여를 중단하고 싶을만 하다. 하지만 이를, 그것도 갑작스런 통보와 함께 실행에 옮기면 필요한 자금 이상의 한도유지를 통해 유동성 부족에 대비하던 기업들은 난처해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은행권 공동 표준약관에서는 은행의 일방적인 대출한도 축소를 불공정 조항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표준약관을 따르고 있는데, 이 은행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SC은행은 올해 들어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우대 조건에 따라 최대 2.0%p까지 인하키로 했고, 환 위험 노출 중소기업을 위해 전담 딜링팀도 구성해 지원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에 불리한 약관을 적용하며 보호에 소홀하다면 'Here for good'이라는 브랜드 약속은 공감조차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