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하나지주의 금번 공시로 외환은행 경영진 또한 사기꾼으로 전락했음을 분명히 목도하고 있다" (18일 외환은행 노조 성명서 中)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해외법인 통합 추진으로 외환은행 노조 측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윤용로 외환은행장 등 경영진이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어 비난의 대상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하나금융 측은 지난 12일과 14일 공시를 통해 PT Bank Hana와 인도네시아외환은행의 현지법인 통합절차를 오는 12월26일까지 완료하고,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와 외환은행(중국)유한공사의 현지법인 통합절차도 올해 말까지 완료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해 11월8일 윤용로 은행장이 방송연설 'CEO 메시지'를 통해, 투뱅크(Two Bank) 체제 하에서 양 은행의 현지법인간 합병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날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도 2012년 2월17일자 합의서 정신을 존중할 것이며, 구체적인 사항은 윤 행장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외환은행 노조 측에 발송했고, 이에 노조는 당시 진행 중이던 투쟁을 멈췄다.
물론 당시 윤용로 행장은 양 은행이 모두 진출해 있는 지역의 현지 감독당국에서 양 은행이 별도 법인으로 영업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 합병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및 중국 현지 감독당국에서는 양 은행의 별도법인 영업을 인정하지 않거나 통합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도네시아의 현지법규는 '1주주 2은행'의 해법으로 통합 뿐 아니라 지주사 설립을 포함시키고 있고, 중국의 경우 아예 관련 규정도 없다.
하나금융은 언론이나 외환은행 측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공식 입장은 공시에서 언급한 해외법인 연내통합에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외환은행 노조 및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쯤되면 윤용로 행장이 노조의 투쟁으로 인한 영업력 저하에 대해 걱정하거나 안타까워만 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지난해처럼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 릴레이 연차투쟁에 참여중인 외환은행 직원들이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있는 모습. |
하지만 윤 행장은 20일 본점에서 열린 '중소기업 글로벌 자문센터' 개소식 참석 후, 기자들의 질문에 '노조가 오해한 측면이 있으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을 뿐이다. 협의를 거쳐 통합 아니면 지주사 설립을 결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통합이냐 지주사 설립이냐의 문제보다 외환은행의 조직인 해외 현지법인을 하나금융 측이 공시를 통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독립경영 보장 합의 위반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윤용로 외환은행장 등 경영진을 믿지 못하는 이유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나금융 측은 윤용로 前 기업은행장을 2011년 3월 차기 외환은행장으로 영입했으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앉혔다가 2012년 3월 외환은행 은행장 겸 이사회 의장으로 정식 선임했다.
하지만 윤 행장은 금융감독위원회(現 금융위원회) 감독정책2국장으로 있을 당시 외환은행과 외환카드가 합병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데다 50%가 넘는 구조조정 계획이 수립되는 상황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때문에 투뱅크 체제의 운영보다 '통합 하나은행'을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