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씨티은행 직원들 '하영구 행장 5연임? 본사 말 잘들으니까…'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의 '장기집권'에 대한 직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 25일 한국씨티은행금융지주회사와 한국씨티은행은 이사회 및 행장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하영구 회장 겸 행장을 차기 지주회사 회장 및 행장으로 단독 후보 추천했으며, 이는 내달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5연임 은행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씨티은행 직원들은 하영구 행장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7일 은행원 A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하영구 행장은) 뉴욕 본사의 비용절감 지침만을 따를 뿐이다"며 "영업점을 늘리고 신입공채도 확대해 조직을 성장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영업점을 없애고 구조조정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직원 B씨는 "언론에서 벌써부터 5연임 대기록이라고 떠들지만 내부에서는 (하 행장이) 뛰어나서 연임을 하는게 아니라 딱히 맡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C씨는 "은행 지분을 모두 뉴욕 본사가 갖고 있고 상장도 폐지돼 본사 마음대로 되지 않겠느냐"며 "말 잘듣는 지금의 행장을 좋게 보고 있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사내 게시판에는 씨티은행 노조 측이 작성한 연임 반대 성명서까지 올라왔다.

이와 관련, 박성모 노조 홍보국장은 "2001년 한미은행장으로 선임된 하영구 은행장이 2004년 합병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연임하고 있지만, 금융권 내에서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서울지점의 합병 직후인 2004년말 한국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은 6%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약 3%대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며 "그마저도 2013년 1~2월에 영업점 15개를 폐점해 더 축소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씨티은행의 영업점수는 작년말 기준 215개였다.

직원들의 불만에 대한 근거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2007년과 2008년, 2012년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총 600여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고, 신입직원 채용은 오히려 축소돼 최근 4년간 공채로 채용한 신입직원이 100명이 채 안 되는 실정이다.

2004년말 약 3860명이었던 정규직원 수는 지난해말 약 3400명으로 11.9% 감원됐는데, 같은 기간 타 은행들의 정규직원 수는 2004년말 8만9351명에서 지난해 9월말 10만574명으로 12.6% 증원돼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고교·대학 출신 신입공채를 단 한명도 채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MBA 출신을 10명이나 채용해 노조가 3개월 넘게 1인시위 투쟁을 전개하는 등 노사간 마찰이 극심했다.

국내 채용 외면 문제와 더불어 중소기업대출 축소 문제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거론돼 하영구 은행장이 국회의원들로부터 집중 추궁을 당하기도 했고, 결국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를 받게될 예정이다.

씨티은행은 그간 중소기업에 대출할 때 '미확약부 여신 약정'을 적용했다. 이는 대출한도를 정한 뒤 일부를 대출하고, 아직 대출이 실행되지 않은 금액을 은행이 자의적으로 취소하거나 축소할 수 있도록 한 불공정 약정이다.

진창근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하영구 은행장의 연임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안팎으로 앞길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으로 노조와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밖으로 금감원의 경고 조치 등으로부터 조직을 조심스럽게 이끌고 가야하는 부담도 클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