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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가계부채 특징 살펴보니 '심각'…대책은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이 매우 취약하고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저소득층 가계부채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저소득충 중 어떤 집단이 얼마나 심각한지, 연체가구 비중이 얼마나 되며 대출 증가 요인은 무엇인지 분석, 10일 '저소득층 가계부채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 집 팔지않는 이상 연체 불가피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의 가계부채 특징을 보면, 우선 채무상환능력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의 평균 月가처분소득(72만8000원)은 月원리금상환액(73만9000원)보다 적어 채무상환비율이 101.4%에 달해, 중소득가구의 24.1%, 고소득가구의 18.9%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또한 저소득가구의 금융대출 잔액은 7229만원으로 年가처분소득 836만원의 8.3배에 달해 중소득가구의 1.4배, 고소득가구의 1.1배보다 심각하다. 평균 2억1661만원의 자산이 있지만 대부분 부동산이고, 저축액(주식채권포함)은 1994만원에 불과해 실물자산을 처분하지 않는 한 연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 자영업자 채무상환 '불가능'

또한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 중에서도 자영업자는 채무상환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자영업가구의 月가처분소득은 57만7000원으로 月원리금 145만1000원을 갚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저소득층 자영업가구의 채무상환비율은 251.4%로 저소득층 상용직가구의 47.7%, 임시일용직가구의 66.2%, 무직가구의 66.9%보다 훨씬 높다.

저소득층 자영업가구의 금융대출 잔액은 1억6934만원으로 年가처분소득 693만원보다 24배 이상 많아, 저소득층 상용직가구의 3.3배, 임시일용직가구의 2.7배, 무직가구의 6.0배보다 매우 심각하다.

자영업가구는 평균 4억2974만원의 자산이 있지만 대부분 부동산이거나 사업자산이고, 저축액은 3965만원에 불과해 실물자산 처분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채무불이행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 중에서도 자영업자의 가계부채 문제가 유독 심각한 이유는, 고액의 사업대출을 받은 자영업자가 사업 악화로 소득이 급감하면서 저소득층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 비연체가구도 위험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 중에서 연체가구 비중이 높은 수준이며, 非연체가구의 채무상환능력도 매우 취약해 연체가구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중에서 지난 1년간 연체 경험이 있는 가구가 49만7000가구(31.8%)에 달하며, 나머지 106만7000가구(68.2%)는 연체 없이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다.
 
연체경험 저소득가구의 月가처분소득이 73만8000원에 불과해 月원리금 78만2000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에 빠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연체 경험이 없는 저소득가구의 경우에도 月원리금이 71만8000원에 달하고 月가처분소득은 72만3000원에 불과해, 연체가구로 추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당장 생활비부터 부족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의 가계수지가 열악해 생계형 대출이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156만4000가구 중에서 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123만4000가구(78.9%)에 달해, 생활비 부족으로 생계형 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년간 저소득층의 금융부채가 증가하게 될 주된 이유를 설문한 결과, 생활비(37.3%), 교육비(15.6%), 의료비(10.4%), 전월세보증금(5.5%) 등 생계형 대출이 주를 이루고, 부채 상환을 위한 대출도 19.2%에 달했다.

◆ 가계부채 부담 완화 대책은

현대경제연구원은 채무불이행 저소득층에 대한 채무 감면 대책이 필히 소득 향상 대책과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저소득층 금융대출가구의 月가처분소득이 月원리금상환액에도 미치지 못해, 부채를 감면해 주더라도 다시 부채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업이 없는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근로사업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임금근로자를 위해 근로장려세제 확대 및 최저임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가 성공할 수 있도록 경영컨설팅을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사업장 실정에 밝은 지역전문가와 경영전문가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형평성 문제나 도덕적 해이가 대두되지 않도록 채무 감면 대책을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非연체가구의 경우 연체가구만큼 어려운 환경에서도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고, 향후에도 정부가 가계부채를 감면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가 형성될 경우 도덕적 해이로 연체율이 급등하고 금융시스템이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연구위원은 "부채 감면 대상을 한계에 다다른 장기연체자로 좁히고, 최근 연체하기 시작한 단기연체자는 수혜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금융권 자율의 사전채무조정제도(프리워크아웃)를 활성화해 금융기관 및 단기연체자가 손실의 일부를 감수토록 하며, 재산 등 채무상환능력을 충분히 검토하여 무임승차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을 경감해 '생계형 대출'이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는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가구의 78.9%는 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해 생계형 대출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공교육을 강화해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및 의료지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의 소비지출 비중이 큰 식료품과 공공요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