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재판받기 어려울 정도면 7곳 이사직 사임해야"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건강이 사리분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상적인 업무수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12일 경제개혁연대는 김승연 회장이 모든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논평을 내고 회사 및 주주를 위해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구속집행정지 중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측은 최근 건강악화로 인해 정상적인 형사재판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연장 및 공판절차정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결심기일을 내달 1일로 연기하고, 구속집행정지 기간도 5월7일까지로 연장키로 결정했다.

김승연 회장의 형사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작년 8월16일, 김승연 회장이 자신의 영향력 행사로 한화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부실한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겼다고 판단,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4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은 작년 12월 중순께 수감 중이던 남부구치소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고, 이후 건강상태가 호전을 보이지 않아 지난 1월8일 재판부는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김승연 회장은 그 전날인 7일 8차 공판 이후 모든 공판에 불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구속집행정지 만료를 앞두고 언론에서는 김 회장이 사리를 분별할 능력이 없는 수준으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진료기록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보도했고, 일부 보도에 따르면 공판절차정지 신청에 관한 비공개 심문에서 담당 의료진은 "김 회장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소견이 일치해 형사재판에서 논리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은 현재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테크엠㈜, 한화L&C㈜ 및 ㈜한화갤러리아의 대표이사, ㈜한화이글스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는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고, 따라서 이사로서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공판절차정지 신청과 관련된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김승연 회장은 현재 사리분별에도 이상 징후가 있는 만큼 정상적인 경영판단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김승연 회장이 한화그룹 계열사의 이사직을 수행하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현재 자신이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모든 계열사 이사직에서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현 상황에서 회사와 주주들에게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