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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에 아르헨티나 베르골리오 추기경… 가톨릭 개혁 '상징'

[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76) 추기경이 13일(현지시간)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을 제266대 교황에 선출됐다. 교황 선출은 전날 개막한 이번 콘클라베에서 5번째 투표 만에 이뤄졌다.

비유럽권, 그것도 신대륙 출신의 새 교황이 탄생한 것에 대해 가톨릭 2000년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며 이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유럽권에서 교황이 선출된 것은 시리아 출신이었던 그레고리오 3세(731년) 이후 1282년만에 처음이며, 남미에서 교황이 탄생한 것은 가톨릭 교회 2000년 사상 처음이다.

이는 유럽 중심의 가톨릭 교회로는 개혁 요구와 현대화의 흐름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가톨릭 교회 전반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가톨릭 신자는 2억7700만명에 불과한 데 반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합치면 3억명이 넘고,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는 브라질이다. 또 교황을 배출한 아르헨티나는 전체 인구 4000만명 가운데 가톨릭 신자가 70%를 넘는다.

이에 따라 비유럽권 새 교황 선출을 계기로 가톨릭의 무게 중심 자체가 로마, 그리고 유럽을 벗어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애초 교황 유력 후보군에 전혀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기에 모두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 교황은 교황 즉위명으로 프란체스코를 선택했다. 이는 새 교황이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성인의 이름을 딴 즉위명을 선택한 것은 그가 청빈한 삶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로마 교황청은 프란체스코 1세의 즉위미사가 19일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황 프란체스코 1세는 교황에 선출된 이후 성 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 나와 축복을 전하는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바티칸시와 전 세계에게)'에서 "좋은 저녁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여러분의 환영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어가 섞인 라틴어로 "여러분이 알듯이 콘클라베는 로마에 주교를 앉히는 것이다. 동료 추기경들이 나를 찾기 위해 다른 세상의 끝으로 간 것처럼 보인다"고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이번에 교황으로 선출돼 12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게 된 프란체스코 1세는 주로 모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사목 활동을 했으며 평생을 기도와 고행을 통해 봉사해왔다.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 대주교를 맡고 있으며, 대주교 직에 오른 뒤에도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는 등 청빈한 생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받는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의 현대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아르헨티나인들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에 "라틴 아메리카 가톨릭의 승리"라며 환호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을 축구영웅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에 비유하며 '아르헨티나 최대의 경사'로 표현했다.

아르헨티나는 헌법상 가톨릭을 국교로 채택하고 있다. 2010년 현재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 4000만명 가운데 가톨릭 신자는 70%를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