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의 5연임이 지난 29일 주총을 통해 확정됐다. 이와 함께 그의 최측근들인 임원 십여명이 전원 연임되고 일부는 승진까지 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며 앞으로도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보는 시각이 상당수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은행 노조 및 직원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씨티은행 직원들은 실적 부진으로 본부장 및 지점장들이 옷을 벗는 것을 수년간 지켜 봤는데, 임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1890억원으로 전년 4568억원에 비해 반토막(58.6%↓) 났음에도 임원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모두 연임됐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말 희망퇴직 당시 1955~1959년생 지점장들에게 임원들은 '60년대생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도 용퇴해 주기 바란다'고 말하며 퇴직을 종용했는데, 정작 본인들은 만기에 아무도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은행 측은 비용 때문에 신입직원도 뽑지 못하고 1급 승진도 못 시킨다고 했는데, 이번 인사에서 연간 10억원이 소요되는 부행장 자리를 줄이기는 커녕 임원들은 승진까지 시켰다.
진창근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3월29일은 '권력 독점, 인사 독재'의 날이며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 1급 승진 미실시, 임원의 전원 연임 등 일련의 모든 조치들이 1950~1957년대생 임원들의 노욕(老慾)이다"고 표현했다.
또한 "이번 임원의 전원 연임 및 승진 인사를 통해 하행장 및 임원들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로 정확히 둘로 쪼개졌다"고 설명하며 "씨티은행에는 오래 다니는 자와 쫓겨 나가야 하는 자가 있으며, 많이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 측은 지난 2월25일부터 하영구 은행장 5연임 저지 및 1급 승진 미실시 관련 노사합의 이행 촉구, 영업점 추가 폐점 저지 등을 위해 투쟁을 전개 중이다.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간부 7명이 은행 본점 로비에서 15일째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고, 삭발 및 단식투쟁으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천막철거 가처분(민사)과 업무방해죄 고발(형사) 등 법적 조치만 할 뿐, 대화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직원들의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