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이런 일은 은행 합병이후 상장폐지를 한 것 때문이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금융권 사상 최초로 5연임에 성공하는 등 이 은행을 둘러싼 크고작은 논란들의 원인이 상장폐지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지난 1일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논평을 내고 "2001년부터 12년째 하영구 은행장이 군림하는 씨티은행의 역사는 전형적인 투기자본의 금융수탈과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의 지속이다. 2006년 1월 선언한 '씨티그룹 감시운동'을 다시 제기한다"며 "언제나 투기자본을 대리해 반사회적, 반노동자적 행태로 고수익을 내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이 씨티은행 또한 대리하고 있음에 주목하며 김앤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씨티은행의 상장폐지에 따른 문제는 금융권에서 익히 알려져 있다.
2004년 한미은행이 씨티은행에 흡수통합이 된 후, 하영구 現 은행장은 피합병 은행장 신분으로 한국씨티은행장이 됐고, 은행을 피폐하게 만드는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합병 당시 6~7%에 달하던 시장점유율이 3%로, 영업점은 13%나 줄었기 때문이다. 고용도 축소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작 100명을 신규채용 했을 뿐인데, 2007·2008·2012년 세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정규직원 약 700명을 내보냈다.
2012년 희망퇴직에서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직을 종용하고, 이를 거부한 직원들은 지점장 등의 직위에서 해제시켜 버렸다. 그 결과 수익은 계속 감소했다. 2012년도 연간 당기순이익만 보더라도 전년대비 58.6%가 감소했으며, 총수익도 7.0%나 줄었다.
반면 매년 주주에 대한 고배당을 실시해 미국 본사인 씨티그룹으로 빠져나가는 한국씨티은행 자산유출과 하영구 행장에게 지급되는 거액 연봉만이 그와 비례해서 늘어났다.
지난해에도 정부의 지적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8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했고, 은행이 설립된 지난 2004년 이후 총 5600억원을 배당했다. 이중 미국 씨티그룹에 넘어간 배당금은 4150억원 가량이다. 이렇게 일상적이고 가혹한 구조조정으로 남긴 수익을 고스란히 미국 본사에 바친 댓가로 하영구 은행장은 매년 13억원 이상을 연봉 등으로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는 "시장에서 도피한 자본은 외부로부터의 어떤 경영감시도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사적인 금융자본의 왕국을 만든 다음 탐욕스러운 금융수탈과 독재경영을 한다"며 "이처럼 100%의 주식을 매집해 상장을 폐지하고,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투기자본의 경영을 하는 사례는 이미 스탠다드차타드은행(舊 제일은행)에서 충분히 봤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씨티그룹은 불법행위로 독일, 이탈리아, 일본, 중국 정부로부터는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도 여러 차례 징계를 받은바 있다.
과거 한국의 씨티은행 서울지점 역시 사기대출 및 불법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이 문제는 정기국회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기도 했다. 한미은행 인수자금의 해외유출 및 계열사 부당지원, 변동금리 대출상품을 고정금리로 운용해 고객들을 속이고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기에 제대로 된 납세는 커녕 '생색내기'용 사회공헌 기금조차 제대로 내놓은 적이 없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