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공시가 무슨 장난도 아니고…투자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 회사는 개념이 있는건지 모르겠다" (A증권사 연구원)
지난 10일 오후 4시쯤 각 증권사 연구원들은 GS건설로부터 오후 4시반 이후 1분기 실적을 공시하고 5시 이후에 컨퍼런스 콜을 진행한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GS건설의 실적발표는 오는 30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또한 일반적으로 컨퍼런스 일정은 이메일로 알리지는 않는다.
컨퍼런스 직전 발표된 영업실적 가이던스 전망치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지난 2월7일 GS건설은 대표이사가 주최한 간담회를 통해 영업이익 가이드라인을 3000억원으로 밝혔는데, 이것이 두 달만에 -8000억원으로 수정됐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재무적 결정에 빠르게 대응하고 모든 부실부분을 깨끗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투명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연구원들의 반응은 격양됐다. 기업의 한해 사업계획 수립여부를 보여주는 가이던스가 어떻게 돌변할 수 있으며, 또 그 규모는 어떻게 이해를 하라는 말이냐는 것이었다.
더 큰 문제는 GS건설이 작년말까지는 해외사업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가, 3개월만에 수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연구원은 "총 EPC 금액의 9.9%에 해당하는 손실이 발생했는데, 4년 이상 공사를 진행해오던 상황에서 회사측이 손실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누구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GS건설은 올들어 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장기 CP를 발행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2월에는 CP 발행 후 일주일만에 3800억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기억하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결국 이런 것이였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 GS건설에게는 원가율 급상승에 따른 부진한 실적이 문제가 아니다. 기업에게 있어 실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신뢰를 잃으면 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