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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연금 지급보장 왜 못하겠다는 건가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17일 국회 복건복지위는 국민연금법에 '국가는 이 법에 따른 급여의 안정적·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넣은 개정안을 통해 국민연금의 국가지급 보장을 명시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여·야 정당이 합의한 법안임에도 불구,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연금의 국가지급 보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입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다른 사회보험제도에 비해 도입이 늦어 아직 수급자가 많이 발생하지 못했고, 사각지대 해소의 문제도 앉고 있어 현재까지 국민들의 확실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제도다. 많은 가입자들은 강제징수에 불만이 있을 뿐만 아니라, 퇴직 후 연금급여가 감소하거나 받지 못할 것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국민연금 제도개선에 앞서 기초연금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국민연금기금에서 마련하는 방안을 언급,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을 촉발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기금의 소진시기가 2060년이라는 추계 결과가 발표돼, 국민들의 연금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책임지는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제도로 국가가 그 지급을 보장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상 당연하지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국민연금의 정부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법개정이 추진된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국가 채무 비율이 높아져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리며, 지급보증을 해주는 나라는 전세계에 없다'며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관련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사후 책임에 대한 사항을 규정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기금이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국가가 국민의 노후소득보장 위해 만든 국민연금 제도의 취지를 몰각하고 국민들의 연금제도에 대한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입장은 문제의 일면만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국가지급을 보장함으로 발생하는 책임준비금은 어떠한 기준에 의해 추정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추정될 수 있는 추계적 책임준비금일 뿐이다. 또한 전국민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 지급준비금을 국가부채로 잡고 있는 국가 역시 전무하다. 이는 지급보증이 아닌, 국방이나 교육 등과 같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공적연금을 국가부채로 잡히기에 지급책임을 명시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지급책임을 모두 가입자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이러한 추계를 통한 책임준비금을 국민들에게 올바르게 알리는 것이 국가재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현실적인 국가전망을 계획함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더구나 공무원 연금은 이미 잠재부채를 포함해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또한 관련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해외의 여러 나라에서 '공적연금 급여의 일정 부분을 국고로 지원한다는 규정을 법으로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정부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은 관련법에 국가의 연금지급 책임을 명시하고 있는바,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 지급의무만을 명문화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도 반한다. 공무원, 교사, 군인이 아닌 국민은 노후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개선하고, 정부가 미래에 늘어날 연금급여에 대비한 장기적인 기금운용 목표를 설정할 수 있으며,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의 형평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국민연금 국가지급 명문화는 당연한 결정이다.

정부는 눈앞의 과제를 회피하기 위해 국민들 개인에게 노후의 삶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더불어 국민연금제도의 건전성을 높이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 연금개혁 방안과 함께 가입자에게만 제도의 지속성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려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정부도 함께 책임을 감당하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