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우리 경제가 사상 초유의 '8분기 연속 전기비 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률 하락이 거시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에게 의뢰해 작성된 '저성장의 거시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1% 하락할 경우 일자리가 7만6500여개 감소하는 한편, 가계소득이 약 3조원 줄어들고 가계부채는 가구당 약 1700만원 늘어나는 등 가계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가계 및 기업소득의 감소로 근로소득세수가 약 3500억원, 법인세수는 4500억원 가량 덜 걷혀 정부의 재정건전성 또한 악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 일자리·소득 잃고, 가계부채는 덤으로
성장률 저하는 우선 취업자 수 감소를 통해 가계의 소득원을 빼앗는다. 1970년 이후 우리나라의 고용탄력성은 연평균 0.31을 기록했는데, 이는 실질 GDP가 1% 감소할 때 취업자 수가 0.31% 감소함을 의미한다. 2012년 현재 취업자 수가 2468만1000명임을 고려하면, 실질 GDP 1% 하락시 취업자 수는 약 7만6500명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2년 대학졸업자 수가 48만9000명인데, 연구결과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예상한 2.3%의 성장률로는 일자리가 17만6000개 정도밖에 창출되지 않아, 취업시장에 대졸자만 있다고 가정할 경우 31만명 이상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경제성장 둔화는 기업소득의 위축을 초래하고, 이에 따라 기업이 가계에 지불하는 보수도 감소하게 된다. 즉,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것인데, 동 연구에서는 실질 GDP가 1%p 하락할 때 가계소득 증가율이 0.396%p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1년 가계소득이 764조8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성장률 1%p 하락시 가계소득은 3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성장률 하락으로 가계부채는 증가하게 된다. 경상소득이 1% 하락할 때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은 0.14만큼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고, 최종적으로는 실질 GDP 1% 하락시 가계부채는 가구당 1700만원 가량 늘어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와 관련, 임진 연구위원은 "과도한 가계부채는 가계 및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져 거시건전성에 위협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내수 부진, 성장잠재력 저하 등을 초래하여 경제의 기초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세수 감소로 나라곳간 부실해져
한편 저성장에 따른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감소는 정부의 재정수지를 악화시킨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세수추계 모형에 따르면 성장률 저하가 취업자 수 둔화를 통해 근로소득세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데, 여기에 우리나라의 1970년대 이후 고용탄력성을 적용하면 실질 GDP가 1% 하락할 때 근로소득세수는 35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성장률 하락은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를 통해 법인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위 모형에 2011년 법인세 신고분을 적용해보면 경상 GDP 1% 하락 시 법인세수는 대략 45억원 감소한다. 종합해보면, 경제성장률을 2% 높일 경우 근로소득세수와 법인세수 증가분만으로도 1조6000억원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최근 관세청이 올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확보하겠다고 밝힌 1조4000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이는 정부가 지난 16일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성장률 하향으로 6조원의 세수 보전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 갈수록 떨어지는 성장률·투자 활성화 정책 등 필요
우리 경제는 1980년대 이후 실질 GDP 성장률이 평균적으로 매년 0.2%p 하락해왔으며, OECD가 2038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는 등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임진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경우에는 과거 성장기의 선진국보다 잠재성장률 하락속도가 빠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노동, 자본 및 총요소생산성 등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요인별로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갈수록 살림살이가 팍팍해진다고 느끼는 배경에는 '성장률 하락'이 있으며, 고용률 70% 달성과 증세 없는 복지재정 확충의 지름길 역시 '성장률 제고'임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