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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이석채 회장의 윤리경영, 결국 허상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이석채 KT 회장 취임 이후, KT가 특정 무자격 하청업체들에 공사 밀어주기를 한 사실과 특혜를 준 의혹이 내부고발을 통해 드러났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적인 밀어주기 및 특혜 의혹과 관련해 KT윤리경영실에 KT직원들의 내부제보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KT 새노조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이석채 회장을 즉각 소환할 것을 촉구하며 KT가 연루되어 있는 사기사건, 배임사건, 불법대포폰 개통 사건, 각종 부당노동행위 사건, 각종 비리와 특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검찰의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KT는 2009년 이석채 회장 취임 직후 윤리경영 강화를 명분으로 검사 출신 정성복을 윤리경영실장으로 특별채용했다. 전임 사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데 따른 윤리경영 강화조처라는 것이 KT의 설명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사실상 검찰 수사에 대비책이라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리경영을 강화하겠다'며 정성복 윤리경영실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통신사에서 검찰출신 인사가 부회장까지 맡게 된 일은 전례가 없던 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상식 밖의 조치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이러한 가운데 정성복 윤리경영실장에 직접 보고된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 아무런 실질 조치가 취해지지 않음이 밝혀짐으로써 검사출신 정성복 회장의 고속 승진이 비윤리적 경영행위에 대한 은폐의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게됐다.
 
이번에 KT 내부 제보자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KT는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무자격 특정 업체에 공사를 밀어줬다. 2011년 2월경 협력사 운영의 효과적인 운영방안을 검토하던 중 2010년 1월부터 2011년 2월까지의 Global & Enterprise 부문 공사·용역·물품구매 계약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협력업체가 1회의 공사·용역·물품구매를 수행했지만 특이하게 많은 횟수의 공사·용역·물품구매가 이루어진 업체가 발견된 것이다.
 
정보통신공사의 경우 ㈜인하통신(대표자 이춘범) 12회, 제이엠아이㈜(대표자 정윤대) 16회, 주식회사 한스콤정보통신(대표자 노진호) 20회로 3개업체로 집중되어 정보통신 공사가 이루어졌는데, 이 업체들은 무자격 업체였다. 그동안 KT는 협력사를 관리함에 있어서 2010년 3월경부터 협업실적 평가 및 등급화로 유비즈(U-Biz) 협력사 159개 협력사 Pool을 선정해 운영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협력업체 Pool에 없는 영세한 인하통신에 12회, 협력업체 Pool에도 없고 정보통신공사업법에 정보통신공사업 신고를 하지 않은 무자격 업체인 제이엠아이에 16회의 공사를 계약한 것이다.
 
또한 용역계약을 보면 협력업체 Pool에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여행사를 주업으로 하고 있는 ㈜인투플랜(대표자 임현수) 17회, 인하통신 2회, 제이엠아이 2회에 계약을 했는데, 용역업자는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에 따라 엔지니어링사업자로 신고해 용역업을 경영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모두 엔지니어링협회에 등록이 되어있지 않고 용역업을 수행했다.
 
이에 내부 제보자는 내부 결제라인을 통해 2011년에 당시 김홍진 부사장 등에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거듭 묵살당했다. 2011년 4월 윤리경영실장인 정성복을 직접 찾아가 무자격 협력업체에 대한 밀어주기와 특혜의 잘못을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 윤리경영실 또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컴퓨터주변기기·출판업 등을 하는 제이엠아이는 2012년말 대표자를 정광훈으로 교체했다. 2011년 3월 까지는 정보통신공사업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내부 제보자가 윤리경영실에 무자격업체에 대한 보고 직후 정보통신공사업 신고를 했다. 또 당시에는 공사실적이 전혀 없는 업체였지만 2013년 3월 조회결과 정보통신공사 실적과 회원으로 등록이 되어있는데, 2010년 12월과 2011년 1월 계약 당시에 신고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보통신공사를 수행한 것은 정보통신공사업법을 위반한 것이다.
 
또한, 여행사업을 주로 하는 인투플랜과 제이엠아이, 인하통신이 용역업을 엔지니어링산업협회에 신고 없이 수행한 것은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을 위반한 것이다. 하지만 윤리경영실에 문제가 제기된 후 윤리경영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무자격 업자들이 뒤늦게 자격을 획득하는 등 행위로 미루어 볼 때 윤리경영실이 나서서 위법사실과 위법 사실을 둘러싼 KT 안팎의 문제를 은폐하거나 무마시켜주는 역할까지도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KT의 윤리경영에 대한 '불감증'은 2012년 서유열 사장의 '불법 대포폰 사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검찰은 국무총리실 불법민간인사찰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서유열 사장이 이 민간인 불법사찰팀에게 불법 대포폰을 개통·제공해 준 사실을 밝혀냈다. 이로 인해 통신사 사장이 불법 대포폰을 개통해준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지탄의 여론이 높았지만, 서유열 사장은 지금까지도 KT의 사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대포폰 개통은 불법 사찰의 문제점을 떠나 대포폰 개통만으로도 심각한 불법행위인데, 그것을 공공성이 강한 통신사 사장이 저지른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제30조(타인 사용의 제한) 누구든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거나 이를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서유열 사장이 이를 위반했지만 정성복 윤리경영실장은 아무런 윤리적 초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석채 회장도 서유열 사장에 대해 아무런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제9조(임원의 결격사유)를 보면 "전기통신사업법, 전기통신기본법, 전파법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집행이 끝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록 서유열 회장이 전기통신사업법 상으로 실형 선고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행위가 드러난 이상, 이석채 회장과 정성복 부회장은 반드시 서유열 사장에 대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