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이번 국회 추경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이하 고투세액공제) 대기업 기본공제율 1% 인하를 합의했다. 이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의 경제민주화법안 통과 및 추경예산안 반대에 난색을 표하며 고투세액공제 정비를 역제안해 합의를 이룬 배경을 깔고 있다.
고투세액공제가 대기업들이 막강한 혜택을 누리는 제도이기에 정비 그 자체의 필요성은 전혀 부인할 이유가 없지만, 고작 기본공제 1% 인하가 타당한지, 또한 그 어떤 경제민주화법안보다 가장 앞선 여·야 합의 처리대상인가라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이번 합의는 충분한 심사숙고 없이 처리된, 그야말로 국민적 합의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고투세액공제제도는 1982년부터 시행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에서 고용유인 효과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그 외피를 일부 바꾸어 시행되는 제도다. 2009년 상위 10개 대기업이 전체 임시투자세액공제액 중 54%를 차지할 만큼, 이 공제제도는 대기업 혜택 편중이 심하다. 또한 그에 따른 고용창출 등의 정책적 효과 역시 매우 낮다는 평가도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고투세액공제제도에 대한 대기업 공제 혜택을 축소시키거나 아예 대기업 적용을 일몰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여·야 합의는 대기업들이 30년 넘게 누려온 대표적인 세액공제를 불과 기본 공제 1% 손질한 것에 그치고 있어 이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인데다, 납득할만한 근거 역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국회·여야 정치권 모두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 고투세액공제제도 개정은 다수의 언론에서 말하는 대기업 증세안이라고 지칭할 수 없으며, 경제민주화를 일궈나가는 노력이라고도 평가하기 힘들다.
더욱 우려스럽게도 이번 여·야합의는 지난 총·대선에서 현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이 국민과 약속했던 비과세감면 정비 공약을 다루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소관 상임위나 특별히 이를 위해 올해 구성된 조세개혁소위원회에서조차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며 마치 거래하듯 고투세액공제 1% 인하를 끼워놓으면서, 이를 경제민주화를 위한 것이라 자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기망하는 것이다. 또한 국회 스스로 자신을 정부의 거수기로 만드는 수치스러운 행위를 했음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가 조세개혁을 제대로 해 나가겠다고 국민에게 공언해 온 만큼 그에 부합한 조세체계 전반의 근본적인 개편을 모색하고, 그 과정 속에서 고투세액공제 개정 등 재벌 대기업의 비과세감면 정비에 대해 재논의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