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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정위, 남양유업에 면죄부 부여하겠다는 건가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가 언론을 통해 "남양유업 불공정행위의 과징금은 잘해야 수억원일 것이다"며 "만약 남양유업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신제품이나 안 팔리는 물건의 판매 촉진 활동을 했다면 공정거래법 등을 적용해 처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남양유업에 대한 실효적인 공정위 제재가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까지도 '갑'은 불공정행위로 처벌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판매장려금, 목표합의제 장려금, 인센티브 등의 명칭을 가진 정책을 밀어내기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장려금, 인센티브 등의 성과급 제도는 관련 업계에 광범하게 퍼져있으며, 갑의 '밀어내기'가 대부분 공정위 관계자의 발언대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의 판매 촉진 활동'에 해당한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위는 불공정행위 판정에 관해 '판매목표 미달성시 불이익을 주는 경우'라는 자체 심사기준에 따라 판매목표 강제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이 '불이익'을 실질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밀어내기'는 면죄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한 시민단체가 사례를 들며 지적했던 한국타이어 가맹사업 'T-Station'의 경우, 장려금을 받지 못하는 가맹점은 영업지역이 보호되지 않는 경쟁 구조에서 지속적인 가격경쟁력 상실로 이어지는 불이익을 당할 수 밖에 없다. 농심 특판점의 경우 판매장려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는 '갑'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사유에 해당되어 '을'에게는 심각한 불이익이 된다.
 
하지만 공정위 관계자의 발언대로라면, 공정위는 '불이익'을 매우 형식적으로 해석해 영업 환경과 계약 내용에 따라 구조화된 불이익은 제외하고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직접적인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으로만 해석하는 듯하다. 공정위가 이런 입장이라면 판매장려금이나 인센티브 제도를 악용한 업계의 광범위한 '밀어내기' 관행을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공정위는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유제품 업계의 '밀어내기' 관행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한다고 했지만, 이같은 발표가 '여론 무마용'에 불과한 것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공정위가 현행 제도와 법령으로 이러한 밀어내기 관행을 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낀다면, '경제검찰'로서 마땅히 법과 제도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공정위가 스스로 만든 불공정행위의 유형별 심사 기준에 따라 전산조작, 협박과 폭언을 동원한 '밀어내기'조차 실효적 제재를 하기 어렵다면, 이것은 불공정행위 심사기준에 대한 공정위의 해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 줄 뿐이다.
 
결국 공정위의 '재벌·대기업 편들기' 태도 때문에 전속고발권 폐지를 포함해 공정거래 사안 일반에 대한 공정위의 독점적 규제 권한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전 국민이 남양유업 사태의 처리 결과를, 나아가 구입 강제나 판매목표 강제와 같은 '갑의 횡포'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 의지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