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게이트가 발생한지 10년이 됐지만 아직 국론분열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시계는 제로다. 그간 감사원 감사와 검찰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반전을 거듭하더니, 이젠 국회와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특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론스타 사태, 무엇이 문제인지 국민들은 정말 헷갈린다.
이러한 가운데 유독 전성인 교수(홍익대 교수·사진)는 여야가 합의하에 검찰 고발과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 발표한 2007년부터 지금까지 6년간 집요하게 실타레처럼 얽혀 있는 론스타 문제를 붙들고 있다.
전 교수는 최정예 검사와 수사요원 70여명 등 국내 최대 규모로 동원된 대검찰청 중수부 수사와 감사원 감사에서 규명하지 못한 론스타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문제를 처음으로 지적한 장본인 이기도 하다. 론스타에게는 저승사자 같은 전성인 교수에게, 문제의 해법을 알아봤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외환은행 매각일지'를 작성해봤다. [편집자주]
질문) 어제 국회에서 현재 추경호 기획재정부 차관 이름을 빗댄 ‘추경호 문건’을 처음 공개해서 잊혀지고 있던 론스타 문제가 급부상 하고 있고 국민들에게도 경각심을 주었다고 봅니다. 회견 중심으로 론스타의 산업 자본 문제를 설명해주세요.
회견의 핵심은 2가지 문건의 공개입니다. 하나는 지금부터 만 10년전인 2003년 7월 23일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의 추경호 은행제도과장(현 기획재정부 제1차관,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에게 보고한 문건으로, 부실 은행 인수에 적용되던 예외승인에도 조건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산업자본의 과도한 은행지배 방지'였다는 점입니다. (아래 외환은행 매각일지 참고)
이제까지 시중에는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예외승인은 가능'하고, '그런데 론스타는 예외 승인을 받았으므로 적격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감독당국도 이런 시각을 굳이 교정하려 들지 않았고요.
그러나 이번에 분명하게 밝혀진 사실은 산업자본의 경우에는 (정상승인이 불가능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예외승인도 안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원칙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배 도중에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1998년 이래로 우리나라 금융감독의 일관된 원칙이었음도 새롭게 알려졌고요.
두 번째 문건은 론스타가 스스로 밝힌 외환은행 투자자중 하나인 KEB Investors II, LP의 최대 투자자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이었다는 점입니다. 스탠포드 대학이 과거에 KEB Investors II, LP의 최대 투자자였다는 점은 그동안 공시된 스탠포드 대학의 세금신고서에 나타나 있었습니다. 다만 이제까지 확정되지 않고 남아 있었던 부분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떠나던 시점에도 스탠포드 대학이 투자자로서 남아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입증하는 가장 대표적 증거였던 일본 골프장(PGM)을 론스타가 2011년 12월초에 매각했기 때문입니다. 론스타와 우리 감독당국은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이제 골프장을 팔았으니 론스타는 산업자본이 아니고, 따라서 매각승인을 해 주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음이 그 후 론스타의 주요 특수관계인들의 대차대조표가 발표되면서 속속 드러나게 되었지요. 예를 들어 지난 2013년 2월 4일에는 참여연대와 박원석 의원이 공동으로 일본의 숨겨진 론스타 계열회사인 아수(雅秀) 엔터프라이즈 등을 추가할 경우 론스타는 시종일관 산업자본이었음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번 스탠포드 대학 자료는 이것과는 독립적으로 다시 한번 론스타가 매각시점까지 산업자본임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왜냐 하면 스탠포드 대학이 사실상의 투자자로서 론스타의 동일인이 되는데 스탠포드 대학은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고, 총 자산이 26조원을 상회하기 때문입니다.
질문) 그렇게 중요한 론스타의 산업자본 문제를 2006년 검찰 수사와 2007년 감사원 감사에서 규명했으면 되는 데 왜 안됐죠? 국민혈세만 축내고 고의적으로 은폐시켰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데 론스타가 진행중인 투자자 국가소송(ISD)에 승소하기 위해서도 특검통해 하면 되잖아요.
글쎄요. 검찰과 감사원이 왜 산업자본 문제를 파고 들지 않았는지는 쉽게 대답드리기 어렵습니다. 무슨 말 못할 이유가 있었는지, 아니면 순전히 이 부분의 법리를 간과했던 것인지 자신있게 말씀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검찰이 항소심에서는 비금융주력자 부분을 거론한 것을 보아서 처음 수사 시점에서는 몰라도 도중 어느 시점에서는 이 논점을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이라도 하면 되지 않는가. 맞습니다. 하면 되고 또 해야 합니다. 지금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가 제시하는 증거는 그냥 단순한 의혹제기 수준이 아니라 모두 공시된 대차대조표에 근거한 논증들입니다. 시민단체도 이정도로 할 수 있는데 막강한 손발을 거느린 감독당국이 이 문제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론스타가 투자자 국가소송(ISD)을 제기한 상황이기 때문에 론스타의 귀책사유를 밝히는 것은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질문) 2006년 여야 국회의원들이 합의하에 감사원 감사와 검찰 고발을 했는데 수사결과 산업자본 문제는 단 한단어도 거론 안되었습니다. 참으로 괴상합니다. 그래서 2007년 3월 교수님이 최초로 지적하셨습니다. 어제 국회 회견 내용을 보면 재경부와 감독당국이 2003년 승인당시 사전에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내부에서 대책을 세웠다는 의혹이 이는데요. 벌써 오늘 기사에도 보도되고 있습니다.
감독당국의 태도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었고 이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2003년 9월초에 론스타가 제출한 승인신청 서류에는 비금융주력자 해당 여부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이 내용이 불완전하기 짝이 없습니다. 주요 특수관계인들이 대거 누락되었고 회계 증빙자료도 제대로 첨부되어 있지 않았죠. 그런데도 감독당국은 론스타 말만 믿고 제대로 실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억지로 승인을 얻어낸 후 론스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투자자 바꿔치기를 시도합니다. 이 시도는 사실 승인을 얻기 이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이 투자한 회사로 투자자 바꿔치기에 동원된 KEB Investors II, LP는 금감위 승인이 나던 2003년 9월 26일 이전인 9월 24일에 이미 설립된 상태였거든요. 그리고 금감위의 변경 승인도 받지 않은 채 계약을 종결해 버리지요. 이런 잘못에 대해서도 금융 감독당국이 따끔하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감독당국의 잘못을 거론하기 이전에 론스타의 안하무인적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업자본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 중요 계열사를 누락시키고, 승인 받기도 전에 승인 내용과 다른 인수자를 만들고, 이런 인수자를 이용해 계약을 종결하면서 감독당국의 승인도 완료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잘못의 크기를 보면 론스타의 위법성이 훨씬 더 크다고 봅니다.
질문) 올해 3월달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주식을 상장폐지 시켰고 국민들도 이제는 론스타 사태는 물건너 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이로인해 1000억원대의 손해를 봤다고 알려져 국민들이 아직도 안끝났는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무효소송을 론스타한테 안한다면 최소한 하나금융에 손해배상은 청구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물론 하나금융에 손해배상을 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명색이 감독당국이 제대로된 상대와의 싸움을 회피하면서 일개 피감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것이 썩 체면이 서는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어찌됐든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상장폐지 시킬 정도로 적법하게 외환은행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가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한국은행은 먼저 론스타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지난해 1월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4조7000억원에 외환은행 주식 51%을 팔고 하나금융은 3월 외환은행 주식을 상장폐지 시켰습니다. 국민 재산(2003년 매각당시 정부 지분 43%)을 장물로 전락시키고 두 번씩이나 넘기고 장물도 없어졌는데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어떤 치유책이 있을까요.
저는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로부터 산 것은 적법한 외환은행 주식이 아니라 ‘종이조각’ 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인수는 무효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효의 원인에 기인한 주주권 행사도 무효이고, 이런 논리의 연장에서 상장폐지 역시 무효입니다.
문제는 이런 법적 불안정성이 지나치게 오래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소송도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국정조사나 특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들에게는 응분의 책임추궁을 통해 앞으로 이런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007작전을 방불케 한 외환은행 매각 추진일지-
2002.12.18 론스타, 엘에스에프케이비(LSF-KEB) 설립 (외환은행 인수목적)
2002.12.19 16대 대통령 선거일 (2003. 2.25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2003.04.14~16 부시 전 대통령, 한국 방문
2003.05.09 이강원 행장, 청와대 권오규 경제수석 면담 후 론스타 스티븐 리 면담
2003.07.07~10 노대통령 방중시 청와대 주형환 행정관(현 경제금융비서관)·이강원 행장 수행
2003.07.15 조선호텔 10인 비밀대책회 (청와대·재경부·금감위·외환은행 등)
2003.07.18 금감원 직원, 금감위로부터 전화 받고 ‘똥바가지’ 썼다며 강력히 반대
2003.07.21 의문의 팩스 5장, 금감원에 도달 (외환은행 이사회 개최)
2003.07.22 김진표 장관(현 민주당의원), 외환은행 지분 론스타에 매각 계획 블룸버그 보도
2003.07.22 재경부 변양호 국장, 청와대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면담
2003.07.23 재경부 추경호 과장(현 기획재정부 제1차관) 변국장앞 문건 작성
2003.07.24 김진표 장관, 김광림 차관(현 새누리당의원) 금감위 회의 참석 지시 친필 사인
2003.07.24 재경부 변양호 국장, 청와대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면담
2003.07.25 금감위, 비공식 1차 회의 (외환은행에 긍정 검토 구두확약 통보)
2003.08.27 론스타 변호사 마이클 톰슨(후에 대표) 생일에 외환은행과 본 계약 체결
2003.09.02 법률대리인 김앤장, 외환은행 주식 51% 취득 승인 신청서 제출
2003.09.03 재경부, 예외 승인을 적극 검토해달라는 공문을 금감위에 송부
2003.09.05 금감위, 금감위원 간담회 2차 회의
2003.09.24 회계법인 삼정, 산업자본 확인서 금감위에 제출
2003.09.26 금감위, 금감위원 3차 회의 개최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51% 승인)
2003.09.26 금감위, ‘불필요한 비밀문건 일제 정리 협조’ 외부 공문 접수
2003.10.29 법률대리인 김앤장, 투자자 바꿔치기 공문 금감원 접수 (금감위 미접수)
2003.10.30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대금 1조3,833억원 납입 & 51% 지분취득 (10.31)
2005.05.14 론스타 코리아 대표 스티븐 리 해외 출국
2005.08 외환은행 재무기획부 허창욱 차장 사망
2006.03.03 국회, 감사 청구 & 관련자 검찰 고발 (3.7)
2006.11.23 론스타, 국민은행 계약 파기 (2008.9 HSBC 계약 파기)
2006.12.07 검찰, 발표(헐값 8,252억원) & 감사원 최종발표(헐값 1조원) (2007.3.12.)
* 검찰과 감사원, 론스타 산업자본은 못 밝히고 국민 혈세만 축냄
2007.06.25 금융감독원 진홍수 선임조사역 사망
2010.11 론스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주식 매각 계약 체결
2011.3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본, 론스타 산업자본 최초로 밝히고 검찰 고발
2011.5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본, 론스타 산업자본으로 주총 무효 소송 제기
2011.7 참여연대와 민변 등 줄소송과 검찰 고발 이어짐
2012.01.27 금융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주식 51% 취득 승인
2012.11.22 론스타, 한국정부 상대로 수조원 대 ISD 국제 중재 제소
2013.03 하나금융, 외환은행 주식 상장 폐지
2013.05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본, 상장폐지 취소 및 무효 소송 진행
<자료=싸이대통령(김준환 저) 중심으로 재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