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자기라는 존재를 내려놓고 모든 것과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이다. 가빠진 호흡을 낮추는 숨고르기다. 자존심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러한 과정에 타인과 막혔던 담이 뚫리고 소통의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게 된다." - 보이스 컨설턴트 김창옥 '소통형 인간' 中
세간에서 다양하게 해석되는 소통의 의미에 여운이 남는 것에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탈권위적 ‘소통’ 행보도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 이처럼 ‘소통’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진정으로 소통하는 리더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 문재인 대통령의 탈권위적 소통 행보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을 직접 발표하면서 즉석에서 언론의 질문을 받는 탈권위적 소통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지난 10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발표를 한 뒤 이날 두 번째로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 연단에 올라섰다. 문 대통령은 "간단한 발표입니다만 헌법기관장인 헌재소장에 대한 인사여서 예우상 제가 직접 이렇게 기자실에서 브리핑하게 됐다"고 말했다.
애초 기자들의 질문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받는 것으로 사전에 공지됐으나 문 대통령이 발표를 마치고 갑자기 "혹시 질문 있습니까"라고 묻자 현장은 술렁였고 한 기자가 손을 들고 "헌재소장의 임기가 잔여임기냐 아니면 5년 임기냐"고 첫 질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대답을 했고, 이후에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배경, 지역 안배 인사 등 모두 3가지 질문에 대해 질문을 받고 의견을 전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언론 발표 이후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의 일문일답이 없다는 지시를 받았는데 문 대통령이 실제 질의·응답을 진행해 당황했다"고 귀띔했다는 후문이다.
■ 재계 총수의 소통 행보, LG 구본무 회장 = 소통은 정치인만의 덕목이 아니다. 작년 6월 재계, ‘재벌총수’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틀 연속 대학교수와 대학생들을 만나 소통행보를 보여준 바 있다. 연암해외연구교수 증서수여식에 참여하며 이틀간 170명의 대학교수와 대학생을 만나 격려와 지원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LG글로벌챌린저'에 선발된 국내외 탐방에 나설 35개팀의 140명 대학생을 격려했는데 말 뿐인 격려가 아닌 ‘우수 탐방 대학생’에게는 LG 입사 자격을 부여하기도 했다. 1995년 시작된 'LG글로벌챌린저'는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으로서 22년간 2천760명을 배출했다.
구 회장은 "대학이 곧 국가경쟁력의 뿌리라는 믿음으로 28년간 해외 연구를 후원했다"며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양성하고, 후학들과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연구성과를 아낌없이 나누길 기대한다"는 짧막한 언급을 남기기도 했다.
■ 해외의 '소통의 리더쉽' 사례 = 2012년 3월 제일모직 갤럭시(GALAXY)는 ‘핵 안보정상회의’에서 각 국 의전담당 연락관(DLO)과 미디어 담당연락관(MLO)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245명(조사기간: 2012. 2.6~2.10)을 대상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주제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조사에 따르면 G8 정상 중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 과정을 통해 가장 훌륭한 리더십을 보인 정상으로 43.3%의 지지를 받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위로 지목됐다. 이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위(29.8%), 3위에는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총리(11%) 순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 유럽의 재정 위기 속에서도 이해 관계국간 합의를 잘 이끌어 내는 능력을 발휘, 독일을 EU의 핵심 국가로 재확인 시키고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솔직함과 감성에 호소하는 탁월한 연설로 경기 부양 안을 반대하는 의회를 끝까지 설득하며 보인 능력이 높게 평가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러 가지 요인이 고려됐겠지만 다만 분명한 것은 각 지도자들이 수행한 타 유럽국가간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 반대하는 의회를 설득해내는 것 등에 ‘소통’이 이뤄졌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