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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권 갈등 겪은 오리온 '제주용암수'..생수 사업 순탄할까

오리온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시작한 생수 사업이 발걸음을 떼자마자 제주도와 국내 판매권 문제를 겪으며 골치를 앓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2월, 양측은 국내 판매 문제와 관련해 면세점 등을 통해서만 1일 최대 300톤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는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수출 물량에는 제한이 없다. 사실 해당 협상은 소극적으로 결론이 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본래 오리온의 목표는 국내에서 기반을 다진 뒤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으나, 국내 판매 문제에 제한이 걸렸고 이에 따라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 때문에 오리온이 치열한 생수 사업에서 성공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 나서기 위해선 먼저 국내에서 발판을 다져야 한다. 검증이 필요한 것이다. 각 나라마다 특징이 있겠으나, 국내 제품이기 때문에 먼저는 자국에서 제품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

​그러나 양측의 합의 내용을 보면, 오리온의 국내 사업이 순탄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리온이 쓸 수 있는 용암수의 양은 1일 최대 300톤까지 인데 국내 시장 1위 제품인 '제주삼다수'의 경우, 1일 4500-5000톤의 물을 쓰고 있다. 차이가 너무 크다. 생산량이 크게 제한 돼 있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가 어렵다. 영향력을 높이기 어렵다는 말이다. ​물론, 해외 시장에서 바로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기도 할 것이나, 국내 판매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은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오리온은 지난 2019년 11월 제주용암수 출시 행사에서 국내 생수 시장 '빅3'에 진입할 계획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 전개로는 해당 목표를 이룬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제주용암수는 지분 인수 뒤 3년만에 내놓은 제품이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시작한 물 사업이 순탄치 못하면 실패의 기록으로 남게 된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생수 시장은 개별 브랜드로 보면, 제주삼다수(38.4%)가 1위 자리에 있다. 이 제품은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하고 있고 광동제약과 LG생활건강이 유통을 맡고 있다. 농심 '백산수(8.8%)'가 2위권, 다음으로 롯데칠성 '아이시스 8.0(7.8%)', '아이시스(5.4%)' 순이다. 아이시스는 브랜드가 2개다. 합치게 되면, 13.2%다. 백산수의 경우, 중국서 잘 팔리고 있다. 중국 생수 시장은 볼륨이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 농심은 당장의 성과보다는 향후 중국 사람들의 소비 트렌드가 좀 더 건강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보고 있고 소득 수준도 올라가며 좋은 것을 찾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에 따라 품질 좋은 백산수가 중국서 의미있는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유통 업체들도 저가의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출시한 상태이고 이로인해 경쟁 격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가 통계 낸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약 1조3600억원이었다. 해당 조사 기관은 오는 2023년에는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했다.

엄밀히 따지면 제주용암수는 생수가 아니다. 혼합 음료이다. 생수는 다른 어떤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용암수는 공정을 거친다. 소비자들은 생수든, 혼합음료든 크게 상관 없을 수 있으나, 제주용암수의 경우는 크게 보면 생수라고 볼 수는 없다.

제주용암수는, 이미 국내 생수 시장에서 300개 업체가 난립한 상황이고 빅3의 장벽도 견고한 시장에서 국내 판매권 부분에서 큰 제약이 걸린 상황이라 오리온의 생수 사업에 대해 어두운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프리미엄이라는 부분이 있기도 하나, 소비자들은 더 낮은 가격대의 제품을 원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해, 이 같은 니즈를 봤을 때에도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리온은 생수 사업을 통해 제과를 넘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이며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나, 생수 사업이 이처럼 전개 돼 고민이 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코로나19' 이슈까지 겹쳐 예정에 있던 중국 진출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 출시 행사에서 중국,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 계획에 대해 밝혔다.

제주용암수와 관련, 오리온 관계자는 21일 재경일보와의 통화에서 제주도와 협의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오리온이 판매 채널을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기 위해 제주도와 협상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제주도에 물량을 200톤으로 줄이고 오프라인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내용으로 협의안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암수 1일 쓸 수 있는 양이 적어 점유율 상승 효과가 적은 부분에 대한 지적에 그는 "그건 국내 판매에 대한 것이고 해외는 용랑 제한이 없다"며 "메인 타겟으로 한건 해외"라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날 재경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리온이 넘어야 할 산들이 분명 있어 보인다. 그렇지 못하면 의미있는 성과를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잘 해내지 않겠나 생각한다"라며 "사실, 민간 기업이 지자체와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예단해 말하긴 어렵다. 양측간 비즈니스가 수월하거나 그렇지가 않다. 현재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데 결론이 날 때까지 지켜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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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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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