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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지프 '그랜드 체로키', 감성을 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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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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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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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Jeep)'를 구매하는 이들은 이 브랜드가 좋아서일 것이다. 가격대를 먼저 보고 차 구매를 시작하는 일반적 방식과는 좀 다르다고 여겨진다. "지프를 사야지"라고 먼저 생각한 뒤, 세그먼트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 차 구입 방식과 고민이 그리 어렵게 시작되지 않는다. 지프를 사려는 이들은 다른 브랜드에 한눈을 팔지 않는다. 두분을 치켜뜨고 이 브랜드를 바라본다.

'그랜드 체로키'는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이다. 한국 차 중, 기아자동차 '모하비'가 떠오르는 크기다. 기아차든, 쌍용자동차이던 SUV를 만드는 세계의 모든 제조사들은 지프를 표본으로 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브랜드의 시작이 1940년대이고 오랜기간 SUV를 만들어 왔다. 지프가 속한 FCA그룹이 작년에 PSA그룹과 합병됐고 지프는 더 큰 지지 기반을 얻게 된 상태다. 발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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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차의 트림은 '써밋'이었다. 이 차량의 가장 높은 급이다.

외관상 장점은 당당함이다. 전면에 서 보면, 기품이 느껴지며 우람하다. 180cm 성인 남성이 차량 전면에 서 있어도 높고 큰 차체를 실감할 수 있다. 전면에서는 그랜드 체로키만의 고유 특징이 느껴지지만 후면은 너무 뻔하다. 특징이 없고 'Jeep' 엠블럼만이 눈에 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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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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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

운전석에 오르기 위해 문을 열었다. 오르는 과정에서 차량 높이가 제법 된다는 것이 전해져 왔다. 실내에 들어가 보면, 그랜드 체로키의 타겟 연령대가 40-50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0대 보다는 50대가 더 어울려 보인다. 대시보드는 높고 넓으며 우드 장식과 스티어링휠 윗부분의 재질은 50대 연령을 가진 이에게 고단했던 지난날을 위로해주는 듯한 감성을 전해받았다. 지프 특유의 고무와 가죽 재질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고 천정의 스웨이드 헤드 라이너는 무척 고급스럽다. 그러나, 오염에 대한 우려는 있어 보였다. 가죽의 느낌은 고급스러우며 마치 코끼리 가죽 같다. 운전석에서 시트에 몸을 밀착시켜보면 딱딱하냐, 푹씬하냐라는 감성이 아닌 고급 가죽에 등을 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가운데가 살짝 파인 널찍한 헤드레스트는 매우 편안하다.

주행에서는 차량 총 중량이 3톤(2800kg)에 이르기 때문에 분명 무거운 느낌이 전해진다. 그러나, 핸들링이나 달려가는 차량 느낌이 굼뜨거나 버거운 건 전혀 없다. 높은 체중을 지녔지만, 잘 달리는 운동 선수처럼 여겨졌다. 어쨌든, 무게가 큰 차량이기 때문에 제동력이 좋아야 하는데, 브레이킹이 섬세했고 초반부터 감속을 시작하는 형식이었다. 그렇다고 승차감을 해치는 것은 없다. 똑똑한 제동 감성을 전해받을 수 있다. 차량 무게와는 달리, 핸들링은 가볍다.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를 위한 이동 과정에서도 가벼운 핸들링을 느낄 수 있었다. 한손 운전 시, 차량 무게가 전해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는 차다. 코너링도 어렵지 않다.

이 차량의 표준연비는 9.3km/l(5등급)이다. 도심에서는 8.3, 고속도로에서는 10.7의 수치를 나타낸다고 제작사는 밝히고 있다. 일반적 가벼운 도심 주행에서는 9.4l/100km가 나왔다. km/l로는 10.6이다. 한적한 도로에서는 11.9km/l가 나타났다. 가장 높게 나온 수치는 13.5km/l였다. 고속도로 상황이었고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를 100km/h로 맞춘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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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모드 상태의 휠 하우스 모습.<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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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락' 모드 상태의 휠 하우스 모습.<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

오프로드 기능에서는 '락' 등의 모드가 제공되고 있는데, 락 모드를 실행시켜 본 뒤, 측면에서 바라보니 휠 하우스 공간이 무척 높아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차체를 높이고 낮추는 기능이 그랜드 체로키에 들어가 있다. 경사로에서 감속을 하며 안전하게 차량을 운행하게 만드는 기능도 있다. 주행 모드는 '에코'와 별도로 '스포츠' 모드가 제공되고 있다.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 시키면, 핸들링이 무거워졌다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가속을 해보니, 차 무게와 달리 매우 잘 달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레드존은 4500rpm에서 시작되지만, 급가속을 해보니, 4000까지만 바늘이 상승했다. 차량 무게로 인해 바늘의 움직임이 굼뜨다.

시승 마지막 날, 차량 반납 장소를 찾았고 주차 구획에 차량을 위치시켰다. 조용한 환경 가운데 공회전 상황에서 소음과 진동을에 몸과 귀를 집중했다. 등 부근에서 진동이 좀 느껴졌으나, 소음은 바람 소리같은 것만 들릴 뿐 조용한 편에 속했다. 디젤 차인걸 감안했을 때 문제삼을 부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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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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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자율주행은 정차 및 재출발이 되지 않아 불편함이 있다. 신호에 걸리면, 이후 'ACC가 취소됩니다. 브레이크 준비'라는 메시지가 뜨고 이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취소됨'이라는 안내가 나타난다. 이것이 되고, 되지 않고의 차이는 무척 크기 때문에 쉽게 볼 부분은 아니다. 핸들과 패달을 조작하지 않고 ACC 활성화 상황에 있으면, 차선 유지를 잘 해낸다. 그러나,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이 반복되면, 제법 큰 소리의 경고음이 들려오고 이후 차선 유지 기능을 해제시켜 버린다. 그러나, 이는 무척 위험한 세팅이다. 혹시 모를 운전자 졸음 운전 상황에서 차선 유지 기능 자체는 활성화 시켜 두고 차량 감속을 시켜야 탑승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인데, 이처럼 차선 유지 기능을 꺼버리면, 바로 사고가 나게 된다. 안전과 관련해 이해할 수 없는 세팅이었다.


<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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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던 전동 트렁크가 몸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다시 상승한다. 창은 1열만 자동인데, 운전석에서 손이 걸리는 상황을 연출해 보니, 멈추지를 않았다.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을 부분이다. 2열은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동이 아닌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수동식이 오히려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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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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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밋 트림에는 '하만 카돈(harman/kardon) 서라운드 사운드 오디오 시스템'이 제공되는데, 소리가 분명하게 귀에 들어오는 것이 장점이다. 드럼 소리가 명확히 들려오기도 했고 음이 쫙 퍼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라운드를 온/오프할 수 있는데, 이 기능은 풍부한 소리를 탑승자에게 제공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음악을 들을 때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더 좋은 감성 전달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반대로 들기도 했다. 좋은 오디오에 대한 판단이란 늘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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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 장치와 관련, 열선/통풍 시트 작동을 위해 센터 디스플레이에서 'Controls'를 터치해 들어가야 작동을 시킬 수 있다는 점은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부분이었다. 자주 쓰는 기능은 센터 페시아 쪽으로 빼놔야 한다. 해당 장치는 강과 약으로 조절되고 스티어링 휠 열선은 한단계만으로 제공되고 있다. 1열에는 가녀린 형태의 손잡이가 제공되고 있고 2열에는 B필러 부근에 큰 손잡이가 마련 돼 있다. 이는 대형 SUV에 구비 돼 있어야 할 편의 부분이겠다. 2열에서 더욱 편하게 거주하고 싶다면, 시트를 뒤로 한단계 눕히면 된다. 이후, 무척 편안한 각도를 제공받게 된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개방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했고 뒷좌석에 앉은 탑승자들에게는 2개의 넓은 창과 더불어 윗 공간의 개방감 까지 제공되고 있다. 이는 대형 SUV가 주는 장점이겠다. 실내등과 관련해서는 2열은 고급스럽고 그윽한 불빛이 비춰지는 반면, 정작 더 중요한 1열은 형편없는 룸램프가 달려 있다는 건 이상했다.

'써밋 3.0' 모델 가격이 8240만원이라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만, 지프를 사야겠고 또, 그랜드 체로키를 선택해야 되는 이는 이 금액대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기자는 '지프'하면, '고무'가 떠오른다. 하나 더 얘기하라고 하면, '가죽'이 생각난다. 이 재질은 지프라는 브랜드 감성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단어들이다. 물론, 그랜드 체로키는 오프로드 뿐만이 아니라 온로드를 위하고 있다. 소재를 통해 느껴지는 브랜드 감성은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에서도 전통이 심겨야 한다. 지프는 감성을 팔고 있는 브랜드다. 유독 그런 제조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