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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떠나는 김종인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말라"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재·보궐선거 압승에 대해 이같이 당부하며 당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이날 퇴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투성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며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봤듯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내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그런 갈등과 욕심은 그동안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언제든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며 "이번 재보선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추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대의보다 소의, 책임보다 변명, 자강보다 외풍, 내실보다 명분에 치중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며 "부디 국민의힘이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변화해 국민 마음에 더 깊숙이 다가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낡은 이념과 특정한 지역에 묶인 정당이 아니라, 시대 변화를 읽고 국민 모두의 고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거듭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제 자연인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고 밝힌 그는 "문재인 정부 치하에서 고통의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국민의 현명하고 강인한 힘을 믿는다"고 끝을 맺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野 재편 주도권 확보

제1야당 국민의힘이 7일 재·보궐선거 압승으로 전국단위 선거 4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부활에 성공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득표율 두자릿수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에 대승을 거둬 1년 만에 총선 참패를 설욕한 것이다.

궤멸 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렸던 당시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다.

국민의힘은 향후 야권 통합과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게 됐다. 민주당에 대승을 거둔 만큼, 국민의힘이 갖는 통합의 구심력도 극대화될 전망이다.
당장 국민의당과 통합이 탄력을 받게 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두 당의 통합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안 대표의 제안을 반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국민의당을 흡수하는 형태를 원하지만, 국민의당은 단일화 효과에 대한 일정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합당 과정에 진통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야권에서 독보적 지지율을 보이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느냐, 제3지대에 머무르느냐에 따라 야권 재편의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궁극적으로 윤 전 총장이 대권에 도전하려면 자금력과 조직을 갖춘 제1야당에 몸담을 수밖에 없다고 보지만, 퇴임한 지 이제 한 달여가 지난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아무런 준비 없이 정계를 노크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관계 설정도 변수다. 재보선 이후 둘은 국민의힘 중심의 정계 개편에 함께 대처하면서 대권을 놓고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일단 재보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전당대회로 전열 재정비에 나선다. 궁극적 목표인 '정권 교체'를 준비하려면 차기 지도부를 조속히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하면 5월 초에는 전당대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진석 조경태(이상 5선) 박진 홍문표(4선) 윤영석(3선) 의원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5월 임기 만료인 주호영 원내대표도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고, 초선 윤희숙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있다. 원외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이름도 나온다.

국민의당과 합당하면서 이번 전대를 '통합 전대'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