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3일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과 관련, "굴종 외교는 지난 5년간 실패했다"고 말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대북 강경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CNN방송과의 취임 첫 인터뷰에서 "일시적인 도발과 대결을 피하기 위해 저쪽의 심기 내지는 눈치를 보는 그런 정책은 아무 효과가 없고 실패했다는 것이 지난 5년 동안에 이미 증명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런 정책을 "많은 사람은 '굴종 외교'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CNN은 온라인판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대북 유화책을 펴는 시대(age of appeasing)는 끝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인터뷰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핵 명시, 북핵 대비 연합훈련, 전략자산 적시 전개 등을 합의하며 대북 강경 기조를 보인 지 이틀 후에 진행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택할 문제인데 저는 북한을 망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북한이 한국과 번영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연 핵무장을 강화하는 것이 북한이 대한민국과 함께 평화를 유지하고 번영해 나가는 길인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애초 배포한 발언자료에서 윤 대통령이 "아울러 북한이 현재와 같은 상태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고 소개했으나 최종 자료에는 빠졌다.
이 발언을 두고는 북한 붕괴론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제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 "이번 정부의 대처는 이전 정부와 다를 것"이라면서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북한 도발을 저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 확대를 위한 협의 개시를 합의한 것을 두고는 "군이라고 하는 것은 늘 일정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훈련해야 한다"면서 "한미 동맹군도 한반도의 군사안보 위협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적절한 훈련이 필요하다. 그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핵'이 명시되면서 주목받는 '전술핵'의 한국 배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대한민국 영토 내 전술핵을 배치하는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는 "인도·태평양 역내에 있는 국가들과의 경제 교류나 통상을 위해 룰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익에 대단한 손실이 있 을 것이기에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며 국익 차원의 결정임을 강조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IPEF 참여로 중국이 경제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가정한 물음에는 "우리가 안보·기술 문제에 있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한다고 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소홀히 하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중국 측이 이거를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의 정식 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계속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명패 속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문구인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을 가리키며 "어떻게 내가 이 문구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지 모르겠다"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