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과 관련,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집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대통령 재가도 나지 않고 행정안전부에서 또 검토해서 대통령에게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인사가 밖으로 유출되고, 이것이 또 언론에 마치 인사가 번복된 것처럼 나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에서 행정안전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을 해버린 것"이라며 애초 인사 번복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이것은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일 수도 있다"며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참 어떻게 보면 황당한 이런 상황을 보고 언론에선 마치 무슨 치안감 인사가 번복됐다고 하는데, 번복된 적이 없다"며 "저는 행안부에서 나름 검토를 해서 올라온대로 재가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로 경찰 수사의 독립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경찰보다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잘 두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치안이나 경찰 사무를 맡은 내각의 행안부가 거기(경찰)에 대해 필요한 지휘 통제를 하고,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선 당연히 헌법과 법률에 따라,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치안감 내정자 발표 2시간여 만에 대상자 7명의 보직이 번복되는 초유의 인사 사고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은 22일 브리핑에서 "'경찰 길들이기'를 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대통령실은 경찰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상민 장관도 연합뉴스에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서 이 사달이 났다"라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대통령실은 경찰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인사안이 번복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전날 "실무자 실수"라고 했다가 "행안부도 잘못이 있다"고 말을 바꿨으나, 이날은 다시 의사소통 과정이 미흡했다며 오락가락 해명에 급급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오후 4시께 치안감 인사 예고를 들었고, 급하게 발표된 이유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후 첫 번째 안을 행안부에 파견된 치안정책관에게서 오후 6시 15분께 받아 7시께 내부망에 공지했는데, 이 치안정책관이 8시 38분께 유선상으로 수정 요청을 하면서 다시 최종안을 보냈다. 이후 확인 과정을 거쳐 경찰청장에게 보고한 뒤 9시 34분께 내부망에 재공지했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이후 10시께 윤석열 대통령이 최종안을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담당자가 왜 처음에 잘못 보내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실, 행안부, 경찰청 삼자 간에 크로스체크를 해야 하는데 의사소통이 미흡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발표된 인사는 대통령실 결재도 받지 않았다. 대통령실 결재도 이뤄지지 않은 잘못된 안을 공지하고서도 2시간 동안 정정 조치가 없었다는 점에 의문과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은 "결재가 나기 전에 공지한 건 맞고, 결재만 안 됐을뿐 내부적으로는 조율이 된 안"이라며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건데 앞으로는 결재가 나면 공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