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상임고문의 첫 행보는 '민생'이었다.
이 고문은 18일 서울 국립현충원에 있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 묘역을 찾는 것으로 당권행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참배객 서명대에 DJ의 유명 어록을 인용, "상인적 현실감각과 서생적 문제의식으로 강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고문 측 관계자는 "첫 일정을 DJ 묘역으로 잡은 것은 민주당을 실용·민생정당으로 변화시킬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1998년 IMF 사태를 극복한 'DJ 리더십'으로 지금의 민생 위기에 대처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DJ 묘역 참배는 그간 당내 비주류로서 체감했던 적통성 한계를 보완하는 한편 당내 통합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고문은 취재진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은 결국 통합의 정신으로 유능함을 증명했다"며 "개인적으로 정말 닮고 싶은 근현대사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8·28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하면서 2024년 총선 공천 시 '계파 공천'이나 '공천 학살'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 고문은 참배를 마치고 연세대학교로 이동, 노천극장 창고에 마련된 노조 사무실에서 학교 청소노동자들과 만났다.
그는 현장 간담회에서 "최저임금은 그것만 주란 게 아니고 반드시 그 이상 주란 최저선인데 (사용자는) 최저임금과 적정임금을 혼동하는 것 같다", "쾌적한 환경에서 노동하는 것도 노동자의 권리인데 화장실 앞 창고를 (노조) 사무실로 쓰고 있다. 참 안타깝다"며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반면 비이재명계는 이 고문의 등판이 현실화하자 기다렸다는 듯 대대적 공세를 가하며 '이재명 당 대표' 결사저지 태세를 보였다.
비이재명계 당권 주자인 설훈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분열이 일어난다는 것은 일반적인 시각"이라며 "분열이 심화할 것인데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느냐. 총선에 실패하게 되면 대통령 선거도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 의원은 전날 이 고문의 출마 기자회견 1시간 후에 자신 역시 당 대표 출마 선언 회견을 진행하며 '맞불'을 놨다. 출마 선언문에서는 이 고문을 '폭주기관차'에 빗대기도 했다.
이 고문의 8·28 전대 출마에 반대해 온 이원욱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책임 회피를 하지 않기 위해 당 대표에 출마한다고 하는데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당권을 잡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만일 이 고문과 다른 후보의 일대일 구도로 선거가 이뤄진다면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 '어쩌면 이재명'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이른바 사정당국발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앞세운 견제구도 이어졌다.
설 의원은 "성남FC 후원금 문제는 객관적으로 봐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틀리지 않은 이야기"라며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집권여당의 입장에서는 이 고문이 당 대표가 되는 게 참 좋을 것이다. 바둑에서의 꽃놀이패"라고 비꼬았다.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당 대표가 본격적으로 수사대상이 되면 당이 민생에 전념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치부될 것"이라며 "이 고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표직이 '인계철선'이 되어 당 전체가 전면적 대여투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훈식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강훈식은 계파간 갈등과 당내 분열을 극복하여 당을 통합하고 나아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주자들(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가운데 특정인을 향한 지지선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