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한국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표명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3불'(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 MD·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드 3불이 합의나 약속이 아니며, '사드 현상유지'에 대한 당시 정부의 입장 표명일 뿐이라는 점은 박진 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 인사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당국자들도 누차 밝힌 바 있다.
현 정부가 기존에 배치된 사드가 제대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하는 '사드 정상화'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사드 3불 준수'를 요구함에 따라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 중화권 매체 기자로부터 "3불 정책은 우리가 중국과 약속하거나 합의한 게 아니고 우리 입장을 설명한 걸로 안다"는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한국은 2017년 사드 문제에 대해 정중한 입장을 밝혔다"며 "이는 양국 간에 상호 신뢰 심화와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새로운 관리(지도자)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이웃 나라의 안보와 관련된 중대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은 계속 신중하게 행동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나라이든, 어느 당이 집권하든, 대내적으로 어떤 정치적 수요가 있든 간에 대외정책은 기본적인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역사존중이자 자기존중이며 이웃간의 소통에서 응당 있어야 할 도리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측의 반대 입장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의 전략적 안보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려는 미국의 불량한 의도를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대화와 협력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다년간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한반도의 전반적 평화와 안정 국면을 유지했다"며 "중국 측은 계속 책임 있는 태도로 이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사드 3불 유지를 공개적·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드 3불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해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으로 보복하면서 양국 관계에 난기류가 이어지고 있던 2017년 10월 30일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언급한 것이다.
강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 향상과 실효적 대응을 위한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드 추가 배치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날 한중 양국이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한국이 이른바 사드 3불을 약속하고 중국은 그에 따라 사드 보복 조치를 철회하는 모종의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여겨졌다. 그때부터 '사드 3불 합의' 또는 '사드 3불 약속'이라는 표현이 널리 회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