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대부업체에서 급전을 빌리는 주부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남편 몰래 돈을 빌렸다가 이자를 갚지 못해 연체율도 2배나 상승, 20%를 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노회찬 의원(진보정의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계 상위 10개사의 주부 대출은 지난 6월 말 현재 17만400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에 빚을 진 주부는 2010년 말 13만1000명에서 지난해 6월 말 15만6000명, 지난해 12월 말 17만명 등으로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주부 대출 잔액은 4792억원으로, 1인당 275만원씩 빌린 셈이다. 주부 1인당 대출액은 2010년 말 326만원, 지난해 말 301만원 등 300만원을 넘었지만 올해는 30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금감원의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주부 대출의 용도는 대부분 생활비로 추정되지만 대출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였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남편 수입만으로 생활을 꾸리는 주부는 월급날을 앞두거나 명절을 지나 생활비가 바닥나는 경우가 있다"며 "대부업체에서 급전을 융통했다가 한숨 돌릴 때 갚고 또 돈이 부족해지면 빌리는 현상이 반복된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전업주부는 금융권 거래 실적이 적고 신용등급이 낮은 탓에 고금리를 물더라도 대부업체에서 손쉽게 돈을 빌리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인당 대출액이 300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소득, 재산, 부채 등의 증빙 자료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 `과잉대부' 금액의 기준이 지난해 11월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아진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체는 이들 자료를 확보하지 않고 대출하면 대부업법 시행령 위반으로 처벌받는데, 주부 1인당 대출액이 300만원 이하로 줄어든 대신 대출 건수가 늘어난 배경에는 이 같은 규제와 처벌을 피하려는 `꼼수'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노 의원은 "대부업체에 확인해보니 주부 대출은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남편의 건강보험 가입 여부만 보고 돈을 빌려준다"며 "남편이 직업만 있으면 주부를 상대로 `묻지마 대출'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이나 부채 등을 따지지 않고 빌려주다 보니 주부 대출의 연체율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대부업체의 주부 대출 연체율은 2010년 말 6.3%에서 지난해 6월 말 7.1%, 12월 말 9.3%, 올해 6월 말 12.2%로 높아져 1년 반 만에 연체율이 2배 수준으로 뛰었다.
특히 영업정지 처분을 두고 소송 중인 에이앤피파이낸셜(상품명 러시앤캐시·16.1%)과 계열사 미즈사랑대부(15.6%), 원캐싱(21.6%) 등의 연체율이 높은 편이다.
노 의원은 "정부 당국은 주부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상환 능력을 제대로 따져 대출하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