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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산업]IPCC "온실가스 배출량 2030년까지 43% 줄여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100년까지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43%, 2050년까지 84% 감축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4일 끝난 제56차 총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3실무그룹(WG3) 보고서를 승인했다.

정책결정자들에게 '과학에 근거한 기후변화 평가'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자 1988년 설립된 IPCC는 현재 6차 평가보고서를 발간하는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점이 2040년 이전일 것'이란 내용의 제1실무그룹(WG1) 보고서를, 올해 2월에는 '온난화로 작물 생산량이 감소해 앞으로 식량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는 제2실무그룹(WG2) 보고서를 채택했다.

2022년 9월 제57차 총회에서는 IPCC의 제6차 평가 주기의 가장 핵심적인 보고서이자 3개 실무그룹 보고서와 3종의 특별보고서를 반영한 종합보고서가 승인될 예정이다.

이번 제56차 총회에는 195개국의 400여 명 대표단이 참가했으며 우리나라는 기상청과 녹색기술센터, 에너지경제연구원, 환경부 등 관계부처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대표단이 참석했다.

▲"2019년 대비 2050년까지 온실가스 84% 감축해야"

이번 보고서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현행 정책의 강화가 시급하며, 특히 사회 전 부문의 저탄소화를 위해 시장, 규제, 기술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패키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1.5도는 IPCC가 인류의 안전 및 생태계 보전이 확보되는 한계선으로 제시한 수치로, 각국은 2100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더 나아가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협정을 2015년 채택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9년에는 전 지구의 순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계속 증가했고, 온실가스 배출의 지역별 불균형 역시 지속됐다.

2019년 전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은 2010년 대비 12%, 1990년 대비 54% 증가했다.

1850∼2019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절반 가까이 되는 42%가 1990∼2019년에 배출됐다.

같은 기간 전체 화석연료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최빈개도국의 배출량은 0.4%, 군소도서국의 배출량은 0.5%에 불과하다.

전 세계 인구의 48%는 1인당 6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 이상을 배출하는 국가에 거주하고, 41%는 1인당 3t 이하를 배출하는 국가에 거주한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 1850∼2019년 전체 누적 생산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2%를 차지한다.

전 세계의 순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모든 주요 온실가스 그룹에 걸쳐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픽 [IPCC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전 세계의 순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량이 모든 주요 온실가스 그룹에 걸쳐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픽 [IPCC 보고서 캡처/연합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보고서는 또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이전까지 제출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는 21세기 안에 지구온도를 1.5도 내로 제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현재까지 시행된 정책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2100년 지구의 온도는 3.2도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지구 온도를 1.5도 미만으로 제한하려면 2019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43%, 2050년까지는 84%를 감소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현재 각국이 제출한 2030 NDC에서 온실가스를 19∼26기가t(무조건부)을 더 감축해야 1.5도 제한을 달성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100달러 이하 옵션으로도 온실가스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어

IPCC는 에너지, 산업, 도시, 농업·임업·토지 이용(AFOLU), 이산화탄소 제거(CDR), 수송 등 여러 분야의 기후변화 완화 방법 또한 평가해 보고서에 담았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분야에서는 화석연료의 사용 감축, 저탄소 에너지 자원 확산 등을 제언하고, 산업 분야에서는 생산·수요 관리·효율 개선·자원 순환 등 가치 사슬 전반에서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5차 평가보고서와는 달리 개인의 행동 변화 등을 요구하는 '수요관리' 챕터가 포함됐다.

IPCC는 기존의 공급 변화 없이 수요 측면에서의 조치만으로도 2050년까지 40∼70%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환경 및 인프라 개선 등만으로도 배출량의 5∼30%를 감축할 수 있고, 채식 등 식단의 변화와 대중교통 활용 등 개인의 노력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IPCC는 이산화탄소 1t을 감축하는 데 100달러 이하만 소요되는 옵션들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2030년까지 2019년 배출량 대비 절반 이상을 감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경로의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예상치 및 2030년 단기 정책 평가에 의한 예상 배출량 [IPCC 보고서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다양한 경로의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예상치 및 2030년 단기 정책 평가에 의한 예상 배출량 [IPCC 보고서 캡처/ 연합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옵션 중 절반 이상은 이산화탄소 1t을 감축하는 데 20달러 이하만 소요되는 저비용 방안들이다.

또 IPCC는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노력이 지속가능발전(SDGs)의 핵심이라고 봤다.

아울러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경로로의 전환을 위해 완화 행동을 강화하면 국가 내, 국가 간에 분배적 결과(고배출에서 저배출 활동으로 전환할 시 소득 및 고용이 새로운 분야로 이동한다는 것)를 가져오니 정책에 형평성의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IPCC는 정책, 금융, 국제협력 등이 지속가능개발 관점에서 기후변화 완화에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먼저 기후 거버넌스는 기후 관련 법·전략·제도의 수립과 이행, 정책의 조정과 연계를 통해 효과적으로 이행될 수 있다.

2030년까지 지구 온도를 1.5도 또는 2도 미만으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완화 부문 투자 수준은 현재의 3∼6배이고, 감축 분야의 투자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자본과 유동성은 국제적으로 충분하다고 IPCC는 언급했다.

탄소배출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울러 최근 등장한 다양한 형태의 국제협약 및 초국가적 협력이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 완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보고서는 각국의 기후변화 정책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11월 이집트에서 개최될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등 국제 기후변화 협상에서 주요한 과학적 근거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기후변화 협상에서는 각국이 이미 수립한 2030 NDC를 강화하고, 2025년에 더 야심 찬 2035 신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