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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회계' 노조에 지원 중단·세액공제 재검토

정부가 20일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위반하는 노조에 대해 정부지원금 중단과 환수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핵심 개혁과제 가운데 '노동개혁'을 최우선으로 추진해 온 윤석열 정부는 최근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과 관련,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 원의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면서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노조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공정한 노동시장 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기득권 강성 노조의 폐해 종식 없이는 대한민국 청년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노조에 회계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근거로 노조법에 규정된 조항을 들고 있다.

노조법 제14조는 '노조는 조합 설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서류를 작성해 사무소에 비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같은 법 제27조는 '노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제96조는 '서류를 비치·보존하지 않거나 허위의 보고를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회계 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207개 노동조합에 14일간의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미이행 시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태료 부과에도 여전히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현장 조사를 실시하겠다"며 "이를 거부하거나 방해·기피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했다.

과태료 액수는 1·2차 각 500만 원이다.

이 장관은 또 "올해부터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노동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고, 그간 지원한 전체 보조금도 면밀히 조사해 부정 적발 시 환수하는 등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과태료 부과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른 현장 조사를 예고한 데 대해 "정부는 노동관계의 특성을 반영한 노조법이 아닌 '질서위반규제법'을 들어 노조에 대한 현장 조사를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다. 노조법마저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 등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제 기준에 맞춰 조합원의 열람권을 보장하고, 회계 감사 사유 확대 등 전반적인 법·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해 내달 초 발표하기로 했다.

이정식
이정식 "회계법 준수않는 노조는 지원 배제…부정적발시 환수" [연합뉴스 제공]

이 장관은 특히 "법 개정 전이라도 노조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서는 과거 20%였고, 현재 15%인 노조 조합비 세액 공제를 원점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세액 공제에 대해 "국가가 노조에 특별히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영역"이라며 "노조에 대한 세금 지원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1천500억 원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조만간 입법 예고하고, 파견 등 노동법의 전반적·근본적 개선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거쳐 추진할 방침이다.

임금과 노동의 이중구조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상생임금위원회를 중심으로 종합 대책을 만들어 오는 4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이번 조치의 배경과 관련, "과거 정부가 노조는 약자이고, 노조의 자율과 자치를 보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법에 나와있는 정부의 책무를 소홀히 했던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의 정치적·사회적 위상이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고 언급했다. '과거의 기준과 잣대'에서 벗어날 때라는 취지다.

민주노총 등이 '노동 탄압'이라고 반발하는 데 대해선 "노동계에서 '부당노동행위 처벌하라', '체불임금 근절하고 체불 사업장 처벌하라', '공짜노동 근절하고 괴롭힘 있는 사업장 처벌하라'고 하는데, 그러면 그게 사용자 탄압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노조는 대의명분과 도덕성, 정당성이 있을 때 힘이 나오는 것"이라며 "노조가 지속 가능하도록 저희가 도와드리겠다는 취지"라고 이 장관은 덧붙였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양대노총이 천문학적 지원금을 받아놓고 법에 명시된 의무조차 거부하며 법 위에 군림하려 들고 있다"라며 "사용처조차 불분명한 지원금 지급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부와 지자체로부터 받는 지원금에 대해서는 이미 회계자료를 제출하고 있다면서, 국고 지원금과 회계자료 제출 의무는 별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