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주아성은 상대적으로 늦게 연예계에 입문한 연기자이다. 그렇다면 그가 연기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반전 스토리가 있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나중엔 제가 좋아서 계속 하게 됐어요. 축구는 저의 전부였어요. 전 친구도 사춘기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4학년 때, 제가 아마추어에서 드디어 프로로 넘어가는 단계였고 십년동안 쌓은 내공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기였는데 우연찮은 사고로 운동을 못하게 됐어요. 처음엔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죽고 싶었어요. 진짜로"
"당시 1년 동안 많은 방황을 했어요. 여행도 다녔고 술도 많이 마셨죠. 그러나 부모님한테도 너무 미안했고 그러면서 뭘 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Q: 그렇다면 왜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는지?
"그때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은 나이잖아요. 그리고 운동권에로 돌아가 지도자가 되는 것도 싫었어요. 선수로 성공하려고 시작한 건데 당시에는 비겁하다고 느껴졌어요. 마침 한 지인이 '넌 외모가 아주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아주 못 생긴 것도 아니고 어떤 캐릭터를 입혀도 잘 토해낼 거 같다'면서 배우를 추천해주셨어요. 그래서 막연하게 웨딩샵 모델로 서기도 하면서 차츰 이 길로 접어들었어요"
"후에 영화를 많이 보게 됐는데 주인공들이 너무 멋있게 느껴졌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 역할을 하는 데 어떻게 저렇게 공감가게 연기할 수 있을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게 재미있을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극부터 시작했어요. '무작정 부딪혀보자'는 심정으로.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Q: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연기자, 주아성은 이 길이 두렵지 않았나?
"처음엔 카메라가 너무 무서웠어요. 카메라가 초점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안쪽에 또 초점이 있잖아요. 그것만 봐도 울렁거렸어요. 한 번은 대사가 틀려서가 아니라 카메라 시선을 자꾸 피하다 보니 한 시간 동안 NG를 낸 적도 있었어요. 그때 감독님한테 엄청 쓴소리 듣고 안되겠다 싶어서 정신 차렸죠. 그래서 일주일에 5번은 오디션 보러 다녔어요. 데뷔 4년차인데요 오디션을 천 번은 넘게 봤어요. 캐스팅이 안 되더라도 그 장소의 기운을 느끼고 싶었고 카메라를 이기고 싶었어요"
Q: 막연하게 시작했다는 연기자의 길, 그렇다면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예전에 한 번 황정민 씨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 있는데요, 그분의 말에 공감하게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친구 분의 장례식장에 갔는데 그 상황에서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려는 모습이 있더라는 거죠. '이걸 갖고 있다가 나중에 영화나 드라마하면서 표현해야지' 이런 생각말이에요. 그분은 그게 너무 싫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어요. 작년에 친구가 사망해 장례식장에 갔는데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거예요. 이런 자신이 혐오스럽고 부끄러웠어요"
"배우를 한다는 게 보통일은 아닌 거 같아요. 그래서 더 큰 용기가 필요하고 대담해져야겠더라고요"
Q: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는 연기자의 길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연기레슨을 통해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있고요. 모든 캐릭터는 저 자신에서 출발하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따라하기는 역부족이고 흉내내는 것밖에 안되니깐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많이 봐요. 정형화된 드라마나 영화보다는 좀 더 객관적이고 사실성에 근접한 다큐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요즘은 책도 보고 있어요. 독서가는 아니었지만 책을 통해서 배우는 부분들이 많으니깐요 쉬운 책부터 많이 보려고 해요. 연기는 죽을때까지 할꺼니까 죽을 때까지 배워야죠"
Q: 운동을 했다고 하니 복근도 있을 법 한데…
"복근은 누구나 다 있죠. 지방만 들어내면 다 보여요(하하). 저도 6개월 운동을 해서 복근을 만든 적 있는데요, 운동보다는 먹는 게 더 곤욕이에요.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먹어야 하니 먹는 재미도 노는 재미도 없죠. 그러나 몸이 받쳐주니 그것으로 또 보람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한 번 몸을 만들면 방법을 아니깐요 필요할 때 다시 만드는 게 쉬워요. 꼭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기본만 잡죠"
Q: 롤 모델은?
"정재영 선배님이 항상 저의 롤모델이었어요. 그분은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스러우면서도 개성이 있으세요. 어떤 역할을 하시던지 그분 냄새가 나고 캐릭터가 살아있어요. 크게 오버하지 않으면서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게 매력적이죠. 프로는 정말 준비를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이미 갖고 있는 것 이상으로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모습이 멋있고 배우고 싶어요"
Q: 함께 연기를 해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남자 배우는 한석규 선배님이랑 연기를 해보고 싶고, 여자 배우는 이미연 선배님이랑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저의 또래보다는 분위기도 있고 내공도 있으신 분들이랑요. 그리고 고현정 선배님, 이미숙 선배님들도 좋아요. 이번 개봉한 영화 '여배우들'을 꼭 한 번 보러 가려고요"
Q: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지?
전 욕심이 많아서 다 해보고 싶어요. 굳이 뽑으라고 한다면 선과 악, 극과 극을 해보고 싶어요. '사생결단' 황정민 씨 비열한 형사나, '추격자' 하정우 씨 살인마 같은 역을 해보고 싶은 건 인간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잖아요. 일반적으로 좋은 모습 많이 보여주려는 게 인간의 본성 아니겠어요. 그러나 저를 봐도 그렇고 인간 안에는 다 악한 모습이 있잖아요. 그 악한 모습을 어떤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는 것도 매력적이지 않아요? 끝까지 한 번 가보고 싶어요.
Q: 꿈이 무엇인지?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 제가 갖고 있는 목표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배우, 가능성 있고 개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사진=김상고 기자, 장소=커피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