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유통속도 1년 만에 최고‘시중에 돈이 돈다’

시중에 돈이 도는 속도가 빨라져 통화유통속도가 1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돈이 빨리 도는 것은 금융시장의 기능이 정상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그동안의 신용 경색이 해소되면서 가계와 기업 등 돈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통화유통속도는 0.71을 기록, 2008년 3분기의 0.747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화유통속도는 연간으로 환산한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시중 통화량 지표인 광의통화(M2)로 나눠 계산한다.

통화유통속도는 지난 2007년 4분기 0.808에서 2008년 1분기 0.779, 2분기 0.768, 3분기 0.747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4분기와 작년 1분기에는 0.704와 0.687까지 추락, 한은의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돈이 시중에 풀리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통화유통속도는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지난해 2분기 0.702로 다시 0.7선으로 올라섰고, 3분기에는 0.710으로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에 돈이 도는 속도가 빨라진 것은 신용경색이 해소되면서 금융시장에 풀렸던 자금이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통화유통속도와 더불어 자금의 흐름을 진단할 수 있는 통화승수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통화승수는 한은이 공급한 돈(본원통화)을 금융회사들이 대출 등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 통화량의 규모를 나타낸다. 금융위기 이후 대출이 막히면서 통화승수는 2008년 11월 26.3배에서 지난해 3월 22.4배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4월부터 꾸준히 오르며 11월 25.6배까지 올랐다.

통화 승수가 오른 것은 금융회사들이 고객을 상태로 활발하게 신용을 창출한 결과로, 경영주체들에게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된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다만, 지나칠 경우 자산시장에 거품을 만드는 부작용도 있다.